[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쥐스틴 트리에
배우: 산드라 휠러, 스완 아를로, 밀로 마차도 그라너
장르: 드라마/ 스릴러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51분
개봉: 1월 31일
간단평
유명 작가 ‘산드라’(산드라 휠러)는 한 대학생과 인터뷰 중이다. 외딴곳으로 이사 온 후 모처럼 만의 이벤트에 기분이 업 된 산드라와는 달리 다락방을 수리 중인 남편은 큰 소리로 음악을 트는 등 훼방을 놓는 듯하다. 대학생이 돌아간 후 휴식을 취하던 산드라는 산책하러 나갔던 아들의 절규 어린 비명에 서둘러 밖으로 나간다.
조금 전까지 시끄러운 음악으로 자기 존재를 과시했던 남편이 죽었다. 원인은 추락사, 유일한 목격자는 시각장애를 가진 아들 ‘다니엘’(밀로 마차도 그라너)과 안내견 ‘스눕’ 뿐이다. 남편은 자살한 걸까 아니면 실수로 떨어진 걸까 혹시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 건 아닐까. 영화 <추락의 해부>는 ‘해부’(Anatomy)라는 단어에 기가 막히게 부합되는 작품으로, 추락의 이유(원인)를 전방위적으로 분석하는 지적인 법정물이자 스릴러다. 영화의 표피는 유력용의자인 아내를 법정에 세운 검사와 타국(프랑스)의 법정에서 타국의 언어로 재판을 받는 난처한 상황에 놓인 독일 출신 아내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한치의 물러섬도 없는 법정 공방이다. 물어뜯는 검사와 의연하게 대처하는 아내라는 구도 자체로 뛰어난 몰입감과 흥미로움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영화는 나아가 여러 이슈를 녹여 내며, 사유의 여지를 놓치지 않았다. 유죄 혹은 무죄, 범인 찾기와 반전에 집중하고 매몰된 여타 범죄드라마와 궤를 달리하는 지점이다.
<추락의 해부>에서 돋보이는 점은 남성과 여성에게 기대되는 전통적인 역할의 자리바꿈과 어린이를 하나의 성숙한 인격체로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이다. 사고로 시각을 거의 잃은 아들을 장애를 지녔다고 인식하지 않는 엄마 ‘산드라’, 아이를 단순히 보호의 대상으로 배려하는 것이 아닌 진실을 알 권리가 있는 하나의 주체로 인정하고 그의 진술(증인)을 신뢰하는 재판부 등은 상당히 낯선 풍경이라 그만큼 신선하게 다가온다. <토니 애드만> <인 디 아일>의 히로인 산드라 휠러가 ‘산드라’로 열연, 정중동의 영화 기조에 묵직한 격정을 더한다. 지난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비롯해 올해 미국아카데미 시상식 5개 부분에 오르는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호평받았다. 영화 <시빌>(2019)로 칸영화제 경쟁부분에 초청된 바 있는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이다. 극 중 안내견 ‘스눕’역을 연기한 메시는 ‘팜도그상’(Palm Dog Award)(일명 ‘개종려상’으로 매해 칸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 중 뛰어난 연기를 펼친 개들을 대상으로 한다)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2024년 1월 31일 수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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