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이금용 기자]
배우: 이유영, 임선우, 노재원
장르: 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38분
개봉: 1월 24일
간단평
공장에서 경리로 일하며 부업을 하고, 사업으로 집안 말아먹은 사촌 대신 아픈 고모까지 모시고 사는 박복한 팔자의 '영미'(이유영)는 1999년 12월 31일 세상이 끝날 거라는 세간의 말에 불안감이 피어난다. 그렇게 남몰래 짝사랑하던 '도영'(임재원)을 향해 인생 최대의 용기를 발휘하지만 세상은 끝나지 않았고, 짝사랑 때문에 모든 걸 잃은 '영미' 앞에 몸이 불편해 타인의 도움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도영’의 아내 ‘유진’(임선우)이 나타나는데.
때는 1999년,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삶에 지쳐 색이 바랜 ‘영미’처럼 흑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나 빨갛게 염색된 ‘영미’의 머리처럼 영화는 머지 않아 포근한 색들로 물들어간다. 부산국제영화제 KNN 관객상,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감독상,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박남옥상을 휩쓴 데뷔작 <69세>(2019)로 주목 받은 임선애 감독의 신작 <세기말의 사랑>은 이상하지만 사랑스럽다. ‘얼굴이 혼란스럽게 생겼다’는 이유로 ‘세기말’이란 별명이 붙은 ‘영미’, 주변 사람들에게 히스테리를 부려 미움을 사는 ‘유진’, 그리고 아내를 위해 자신을 짝사랑하는 여자를 이용한 ‘도영’까지 영화에는 비호감인 인물들이 다수 등장한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들에 대한 인상이 달라진다. 임선애 감독은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을 것 같은, 소외 받는 인물들을 사랑스럽고 연민이 가게끔 카메라에 담아냈다. 흑백으로 진행되는 초반부가 괴팍하고 엉뚱한 재미가 있다면 극 중반 컬러 화면으로 바뀐 다음부터 영화 전체의 분위기도 서서히 변화하는데, 다소 ‘막장’스러운 설정으로 시작했으나 뒤로 갈수록 성장과 연대의 드라마로 전환해 끝에는 따뜻한 여운을 남긴다. 최근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로 눈도장을 찍은 ‘도영’ 역의 노재원, 못생겨 보이기 위해 특수분장을 한 ‘영미’ 역의 이유영, 근육병을 앓고 있는 ‘유진’ 역을 맡아 대사와 표정으로만 연기하는 임선우 세 배우의 끈끈한 케미와 담백하고 단단한 연기가 영화의 완성도를 더한다.
2024년 1월 23일 화요일 | 글_이금용 기자(geumyong@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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