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데이빗 핀처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 틸다 스윈튼, 알리스 하워드
장르: 스릴러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18분
개봉: 10월 25일
간단평
파리의 한 건물, 창을 통해 상대편 건물을 뚫어질 듯 지켜보며 며칠째 표적을 기다리고 있는 ‘킬러’(마이클 패스벤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무섭도록 피곤함을 느끼는 중이다. 권태로움을 쉽게 느끼는 이는 킬러에 적합하지 않다고 자조하고, 음악 감상으로 집중력을 끌어 올리며 마침내 맞은 저격의 순간, 그의 총알은 아슬아슬하게 타깃을 비껴가고 만다.
<세븐> <파이트 클럽> <조디악>부터 <나를 찾아줘> <맹크>까지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데이빗 핀처 감독의 신작 <더 킬러>가 관객을 찾는다. 넷플릭스 공개에 앞서 극장의 큰 스크린과 빵빵한 사운드로 감상할 기회라 팬들에게는 무엇보다 반가울 소식이겠다. 프랑스 작가 알렉시스 노렌트의 그래픽 소설을 바탕으로 한 <더 킬러>는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내향적인 킬러의 정적인 복수극이다.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킬러의 독백으로 진행되는 영화는 여섯 도시를 무대로 형식적으로 여섯 챕터로 나눠서 전개된다. 첫 도시는 파리, 미션을 실패한 곳이자 앞으로 펼쳐질 복수 여정의 출발점이다. 이후 도미니카 공화국(산토도밍고) 뉴올리언스 플로리다 뉴욕 시카고까지 각기 다른 위장 신분으로 킬러는 차분히 그리고 철저하게, 사적인 감정을 개입하지 않는다고 믿으며 복수를 감행해 나간다.
확고한 원칙과 철학하에 일을 수행하는, 언뜻 구도자 같은 면모를 풍기기도 하는 잘 벼려진 칼 같은 킬러는 이 영화의 알파이자 오메가이다. 마이클 패스벤더가 날카로우면서도 과묵한, 때론 아이 같은 순수함도 감지되는 킬러를 절제된 연기로 소화해냈다. 세련된 영상과 음악, 정제된 톤앤 매너의 감각적인 스릴러이나, 유의미한 반전이나 실험적인 시도는 부재하기에 어떤 새로움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겠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이다. 넷플릭스 공개일은 11월 10일이다.
2023년 10월 24일 화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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