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김지운
배우: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장르: 코미디, 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32분
개봉: 9월 27일
간단평
1970년대 서슬 퍼런 검열의 시기. ‘김 감독’(송강호)은 촬영을 다 끝낸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탄생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힌다. 제작자 ‘백 회장’(장영남)과 검열 담당자의 눈을 피해 딱 이틀이라는 시간을 확보한 감독은 서둘러 배우들을 불러 모으고, 배우들은 영문도 모른 채 촬영장에 속속 도착한다.
‘검열’이라는 단어에서 정치·사회적인 색채를 띤 시리어스한 작품을 예상할 수 있겠지만, <거미집>은 난장미 충만한 소동극이요, 연기 앙상블의 맛이 살아있는 블랙코미디다. 형식적으로 본 영화와 영화 속 영화 ‘거미집’이라는 두 편의 영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구성을 취한 점이 특징이다. 영화 속 영화는 오버스러운 동작과 대사 등 1970년대 한국 고전 영화 특유의 톤을 흑백 영상 안에 살려냈고, 본 영화는 컬러로 촬영하여 차별화를 꾀했다. 다시 말해 컬러와 흑백, 코미디와 도발적인 드라마라는 색감과 장르가 다른 두 편의 영화를 보는 셈이다. 조악한 세트 사이를 누비는 배우와 스탭들, 그들 손에 완성되는 한 씬 한 씬 등 영화 촬영 현장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전여빈, 오정세를 비롯한 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는 영화의 희극성을 배가시키는데 무엇보다 김 감독 ‘김열’로 분한 송강호의 연기가 화룡점정이다. 열패감과 자아도취에 사로잡힌 김 감독을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평판에 민감하고 걸작의 욕망에 사로잡힌 김 감독이라는 한 인물로 출발했으나 <거미집>은 점차 재능과 창작의 고통 사이에서 끊임없이 담금질하는 예술가의 웃픈 초상을 그려 나간다. 나아가 자기 확신과 의심을 거듭하는 평범한 우리네의 자화상으로 확장, 보편성을 확보한다. <조용한 가족>(1998)으로 처음 호흡을 맞춘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가 다섯 번째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2023년 9월 25일 월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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