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3월 10일(금) 파트2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만큼 세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작품도 드물겠다. 짧은 공식 예고편만도 해도 조회수 500만 회를 넘은 것은 물론이고, 예고편에서 힌트를 얻어 제작한 수많은 파트2 예상 콘텐츠와 각종 뇌피셜 콘텐츠까지 <더 글로리>는 유튜브 인기 아이템으로 거듭나며 그 화제성을 점점 더 키우는 중이다.
여기에는 최근 자진사퇴한 한 공직자 후보의 자녀가 과거에 학폭 가해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학교폭력’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관심이 더욱 높아진 점도 한몫한다. 앞으로 ‘학폭 행위’에 대한 엄정한 처벌과 강화로 재발 방지와 근절을 촉구하라는 사회적인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더 글로리>의 성공 요인과 시사점을 살펴봤다.
# ‘동은’ 송혜교의 연기 변신과 김은숙 작가의 응집된 필력 시너지
<더 글로리> 파트1이 시청자의 공감을 일으키며 사랑받은 이유를 꼽는다면 무엇보다도 학폭이라는 전 국민이 공분할 주제를 전면에 내세워 피해자의 복수를 그리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손에 의한 치밀한 복수와 단죄. 이 자체만으로도 어떤 카타르시스와 후련함을 담보하지만, 이를 굳건하게 뒷받침하는 건 주인공 송혜교와 김은숙 작가의 쾌속으로 뻗어 나가는 스토리텔링이다. 그간 ‘예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 온 송혜교는 이전에 보지 못한 단호한 얼굴로 서늘하고 무게감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묘하게 현실감과 비현실감이 공존하는 설정과 감칠맛 나는 대사와 표현, 생생한 캐릭터 구축은 ‘역시 김은숙!’하고 감탄하게 하는 지점이다.
# ‘맞는 것과 때리는 것 중 어느 쪽이 낫냐’는 딸의 질문에서 시작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 학교 폭력에 대해 일치감치 관심이 많았다고 밝힌 김 작가는 <더 글로리>를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로 딸이 던진 질문을 꼽은 바 있다. ‘맞는 것과 때리는 것 중 어느 편이 낫냐’는 딸의 물음에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 충격을 받았다는 작가는 바로 컴퓨터를 켰다고 한다. 학폭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미화나 면죄부를 주고 싶지 않았다는 작가, 자비와 용서가 아닌 복수의 드라마를 선택한 이유다.
작가는 <테이큰>과 <존 윅>을 잇는 사이다 같은 복수극이라고 농담처럼 소개한 바 있는데 과연 온 인생을 걸고 한 ‘동은’의 복수가 오롯이 시원하기만 할까? 복수의 끝에서 동은을 기다리고 있는 건 무엇일지 그리고 동은은 어떤 선택을 할지. 시청자들이 파트2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가장 큰 궁금증일 것이다.
# 복수할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또 하나의 난제
파트2에서 ‘연진’(임지연)은 더욱더 극악을 떨며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동은의 덜미를 잡으려 백방으로 뛰어다닌다. 동은의 반격 역시 만만치 않다. 동은을 대신해 칼 춤 출 망나니를 자처한 ‘여정’(이도현)은 연진과 접점을 만든다. 동은은 ‘도영’(정성일) 앞에서 긴 팔 의상 속에 감춰왔던 화상 흉터를 고스란히 드러내 무언의 폭로를 실행하며 본격적으로 복수에 착수한다.
동은이 연진 패거리를 서서히 사지로 몰아넣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흥미로운 전개와 짜릿한 쾌감도 주요한 관람포인트지만, 최대 관심사는 그 행위나 과정 자체가 아니다. 시청자들이 가장 예의주시하는 지점은 영광과 복수의 양립 여부일 것이다. 동은이 아프고 슬프고 외로운 긴 겨울 같은 어둠의 터널을 지나, 밝고 따뜻한 햇살을 마주하길 바랄 터이다. 복수를 완성한 ‘동은’은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작가가 <더 글로리>를 집필하게 한 딸의 물음은 ‘동은’을 통해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진다. 복수할 것인가 용서할 것인가 혹은 망각 속에 묻을 것인가. 그 누구도 어느 선택이 옳다거나 좋다고 선뜻 답할 수 없는 건 복수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예단하기 어려운 까닭일 것이다. 상처뿐인 영광이냐 영광스러운 복수냐, <더 글로리>의 결말을 통해 작가가 제시할 모색이 기대되는 이유다.
2023년 3월 10일 금요일 | 글 박은영 기자(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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