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이금용 기자]
배우: 권해효, 이혜영, 송선미, 조윤희, 박미소, 신석호
장르: 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97분
개봉: 11월 3일
간단평
이혼 후 혼자 지내던 영화감독 ‘병수’(권해효)가 인테리어 일에 관심 있는 딸 ‘정수’(박미소)를 데리고 인테리어 디자이너 ‘해옥’(이혜영)이 관리하는 건물에 찾아온다. ‘정수’와 ‘병수’도, ‘병수’와 ‘해옥’도 오랜만에 만난 사이다. 이들은 잠깐의 인사 뒤 ‘해옥’의 안내에 따라 4층 건물의 옥상부터 지하실까지 구석구석 구경한다. 이윽고 세 사람은 지하 작업실에서 대화 자리를 갖는데, ‘병수’가 한 통의 연락을 받고 자리를 비우면서 ‘해옥’과 ‘정수’만이 어색하게 남는다.
홍상수 감독의 28번째 장편이자 흑백영화인 <탑>은 언뜻 그의 전작들과 비슷해 보인다. 홍상수 감독의 오랜 파트너 권해효, 송선미, 조윤희를 비롯해 <당신얼굴 앞에서>(2020), <소설가의 영화>(2021) 등 최근 몇 작품에서 합을 맞춘 이혜영, 박미소, 신석호가 등장해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이야기하고 되풀이한다. 전작과 눈에 띄게 다른 점이 있다면 공간이 주는 특별함이다. 카메라는 탑처럼 생긴 좁고 뾰족한 4층 건물을 벗어나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이 오고 가고 시간은 계속 흘러가지만 장소는 변하지 않는다. 늘 보던 배우, 한 장소만 나오니 지루할 법도 한데 그렇지 않다. 영화제에서 상을 많이 받은 이혼한 감독, 그런 아버지를 ‘안팎이 다른 여우’라 부르는 딸, 바람처럼 왔다 홀연히 떠나가는 여자들. 감독의 페르소나처럼 느껴지는 주인공 ‘병수’는 층을 옮겨 가며 각기 다른 인물과 관계를 맺고 본인 역시 각 층을 거치며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병수’는 자신이 했던 말을 번복하기도, 앞뒤가 다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에 판타지적인 연출이 중첩되며 색다르게 느껴진다. 지난 9월 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 제70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됐으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개봉에 앞서 국내 관객들과 만났다.
2022년 11월 3일 목요일 | 글_이금용 기자(geumyong@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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