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이금용 기자]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 샐리 호킨스, 티모시 스폴, 숀 해리스, 잭 파딩, 잭 닐런, 프레디 스프라이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116분
개봉: 3월 16일
간단평
아름답지만 핼쑥한 얼굴, 종잇장처럼 창백한 피부와 여윈 팔다리, 불안한 눈동자와 호흡. 그간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퇴폐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던 요소들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용한다.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연약함과 아슬아슬함은 2시간 남짓의 러닝타임동안 관객의 시선을 완전히 옭아맨다.
미국 퍼스트레이디 재클린 케네디,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 등 실존 인물을 스크린에 담아온 파블로 라라인 감독의 신작 <스펜서>는 1990년대 초 샌드링엄 별장에서 열린 왕실 가족의 크리스마스 모임 행사에 참석한 다이애나 스펜서 영국 전 왕세자비의 사흘을 따라간다. 영화는 남편 찰스 왕세자의 불륜과 이혼, 의문에 쌓인 죽음 등 극적인 다이애나의 삶이 아니라 오랜 시간 외로움과 사투해야했던 그의 마음을 내밀하게 포착한다. 자유분방한 패션 아이콘 다이애나가 영국 로열패밀리에 입성한 후 겪은 간극과 불균형, 그 결과 생겨난 짙은 우울감은 영화 전체를 무겁게 내리누른다. 다이애나의 불안한 심리를 보여주듯 재즈와 바로크, 파이프 오르간과 하프시코드 등이 뒤섞인 불협화음은 날카롭게 신경을 자극한다. 이와 맞물려 절정으로 치닫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는 과연 그의 필모그래피 사상 최고의 연기라 불릴 만 하다.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놀라운 연기를 돋보이게 만드는 건 한 폭의 그림 같은 화면이다. <안나 카레니나>(2012), <작은 아씨들>(2019)로 아카데미 2회 수상에 빛나는 의상 감독 재클린 듀런과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의 클레어 마통 촬영 감독은 영화를 살아 움직이는 수채화처럼 보이게 만든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이번 작품으로 전 세계 여우주연상 27개를 거머쥐었으며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크리틱스초이스 등에 후보로 선정됐다.
2022년 3월 16일 수요일 | 글_이금용 기자(geumyong@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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