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꽃 기자]
감독: 마리아 슈라더
배우: 마렌 에거트, 댄 스티븐스, 산드라 휠러
장르: 코미디, 멜로, 로맨스, SF
등급: 15세 관람가
시간: 108분
개봉: 9월 16일
간단평
고대 언어에도 시와 은유가 있다고 믿는 페르가몬 박물관 고고학자 ‘알마’(마렌 에거트)는 배우자도, 자식도 없는 완벽한 솔로다. 매진하는 연구비 마련을 위해 개인의 취향을 완벽히 반영한 배우자 대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테스트하는 실험에 참여하고, 오직 자신만을 위해 프로그래밍된 알고리즘 존재 ‘톰’(댄 스티븐스)과 3주간의 생활을 시작한다.
<아임 유어 맨>은 ‘톰’을 기계로만 대하던 ‘알마’가 점차 그에게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변화상황을 즐겁고 설득력 있게 연출한다. 처음에는 로봇처럼 ‘렉’에 걸려 동작을 버벅대고, ‘독일의 여자 97%는 이런 걸 원한다’는 식상한 통계를 토대로 앞뒤 없이 로맨틱한 분위기나 잡으려던 ‘톰’은 엄청난 효율의 인공지능으로 ‘알마’의 반응과 말투를 파악하고, 선호와 혐오까지 학습한다. ‘알마’는 자신의 기분과 감정, 성향까지 너무나 잘 알고 맞춰주는 ‘톰’에게 하루가 다르게 호감을 느끼고, 두 사람은 대화를 넘어 점차 깊은 교감까지 가능해진다.
정말 이 정도의 관계가 가능하다면, 왜 인간 대신 로봇을 반려자로 삼으면 안 되는가? <아임 유어 맨>은 진지한 질문을 건네는 측면이 있다. 동시에 먹거나 잘 필요 없고, 추위도 더위도 느끼지 않으며,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알고리즘으로 이뤄진 존재 ‘톰’과 언제까지 함께할 수 있을지도 고민하게 하는 묘연하고 공허한 감정도 안긴다. 이건 마치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그녀>(2013)를 볼 때 관객이 느꼈던 비슷한 혼란이다. 메타버스와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이미 일상화된 지금, <아임 유어 맨>의 상상력은 외롭기 그지없는 현대인의 폐부를 찌를 만큼 대범하고 현실적이다. 생각할 거리 중간중간 웃음을 줄 만한 코미디 요소를 잊지 않는 미덕까지 확실한, 놓치기엔 아쉬운 영화다.
<에이미와 야구아>(1999)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여우주연상)을 탄 마리아 슈나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가 연출한 <아임 유어 맨>에 출연한 ‘알마’역의 마렌 에거트는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마리아 슈나더 감독과 즐거운 공통분모를 형성했다. <토니 에드만>(2016)의 산드라 휠러, 디즈니 <미녀와 야수>(2017)에서 ‘야수’역을 연기한 댄 스티븐스가 휴머노이드 로봇 ‘톰’ 역을 소화한다.
2021년 9월 9일 목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