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이금용 기자]
예시카 하우스너 감독의 일곱 번째 장편 <리틀 조>는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주연 에밀리 비첨은 그해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는 왓챠와 CGV 왓챠관을 통해 단독으로 공개된 <리틀 조>의 관람포인트를 함께 짚어보고자 한다.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인공식물 리틀 조
리틀 조의 꽃가루는 인간의 코로 흡입돼 뇌를 감염시킨다. 유전자변형으로 인해 생식능력이 없는 리틀 조가 번식하는 방법이다. 감염자들은 리틀 조가 주는 옥시토신에 취해 기이한 모성애와 행복을 제외한 다른 감정들은 전부 말소시키고, 리틀 조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이들의 유일한 목표는 리틀 조를 보호하고 번식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감염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리틀 조>는 인간이 아닌 생명체가 인간의 육체를 차지한다는 바디 스내처물의 공식을 따른다. 영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 대치하는 상황을 통해 상상력을 자극하며 꽤 쫄깃한 서스펜스를 형성한다. 다만 스릴러에서 흔히들 기대하는 허를 찌르는 반전을 바란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겠다.
끊임없는 의심과 불안의 연속, 과연 누가 맞는 걸까
<인비저블맨>(2020), <런>(2020) 등 최근 스릴러 영화에서 종종 활용되는 ‘가스라이팅’은 상대에게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켜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들고, 정신적으로 황폐화시키는 것을 뜻한다.
<리틀 조>에서 가스라이팅은 서스펜스를 강화하는 중요한 장치다. 영화는 '리틀 조가 인간의 뇌에 문제를 일으킨다'라는 ‘앨리스’의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 간의 팽팽한 대립각을 통해 긴장감을 빚어낸다. 감염자들은 ‘앨리스’가 이혼 후 혼자 아이를 키워서 또는 원리원칙만을 따지는 일 중독자라서 등 다양한 이유로 ‘틀린’ 사람으로 몰아간다. 이러한 가스라이팅의 상황에서 ‘앨리스’ 자신은 물론 관객까지도 그녀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비주얼과 사운드로 빚어낸 감각적인 연출
하우스너 감독의 의도처럼 영화에서는 다채로운 색감이 두드러진다. 육종회사 플랜트의 직원들은 녹색의 유니폼을 입고 새빨간 색의 리틀 조를 보살핀다. 밝은 주황색 머리의 ‘앨리스’는 분홍색 트렌치코트와 겨자색 셔츠를 즐겨 입는다. 비비드한 옷을 걸친 표정 없는 인물들은 살아있는 인간이라기보단 움직이는 마네킹처럼 보인다.
독특한 미술 세팅과 함께 그로테스크한 음악 또한 영화의 묘한 분위기에 일조한다. <리틀 조>에는 일본의 작곡가 이토 테이지의 1971년 앨범 <워터밀>이 삽입됐다. 특히 ‘앨리스’가 리틀 조와 단둘이 연구실에 남겨졌을 때, ‘조’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보거나 감염된 ‘크리스’가 ‘앨리스’를 위협하는 장면 등에서 높고 불안한 음정의 테이지의 음악은 팽팽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리틀 조>는 짜릿한 반전, 촘촘하게 설계된 스토리나 배우의 폭발적인 연기 배틀에 기대는 작품은 아니다. 영화의 장점은 전통적 일본 기악 선율과 쨍한 색감이 빚어낸 낯설고 기묘한 분위기에 있다. 반전에 반전을 가하거나, 정교하고 섬세한 심리전에 주안을 둔 기존의 심리 스릴러물보단 특이하고 감각적인 작품을 찾고 있는 이에게 <리틀 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