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야 그에게 숱한 영광을 가져다 준 95년 작, 센스 앤 센서빌리티(Sense and Sensibility)도 시대극이었으니 이번 그의 도전이 '획기적인' 것이라고 할 수만은 없겠다. 다만 중국 무협극의 역사가 지난할진대 그 역사에 한 편의 영화를 더하는 기분은 매우 조심스럽지 않았을까 한다. 또한 이 부분에 그다지 경험이 없는 그로서는 중국 무협 시대극이라는 장르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이런 그가 이 작품을 끝내고 남긴 변은 기막힐 정도로 솔직하다.
이 영화는 지난 5월 먼저 칸느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출품되어 첫 선을 보인 바가 있는데, 당시 서구의 언론들은 '이 안답지 않은 영화 같아 보이지만, 다시 보면 이 안 영화'라는 애매한 평을 하였었다. 우리 나라를 비롯하여 아시아권에서는 이 영화가 이 달에 개봉하지만 서구에서는 개봉이 약 12월 쯤으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본 서구인들의 반응을 잡아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 안 식 드라마'에 애정을 가진 서구인들이 이 영화를 외면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는 '센스 앤 센서빌리티' 이후 아이스 스톰(The Ice Storm)이 보여준 성공을 생각해 봐도 짐작할만하다. 주로 '건맨'으로 알려진 주윤발이 느와르가 아닌 시대극에 등장한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이후에 알려진 바이지만 원래 이 영화에는 주윤발 대신 이연걸이 출연하기로 내정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그가 로미오 머스트 다이(Romeo Must Die)를 선택하는 바람에 주윤발로 역할이 넘어갔다고. 훌륭한 감독을 만나 깐느에까지 자신의 얼굴을 선보인 주윤발로서는 오히려 행운이 아닐까? 장 첸의 캐스팅도 눈여겨볼만한데, 그는 이미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해피 투게더' 등의 영화에 출연하여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배우.매트릭스의 무술감독으로 명성을 떨친 옌 우핑(Yuen Woo-Ping)이 이 영화에서 역시 무술감독을 맡았다는 것도 화제가 되고 있다. 무협 팬이나 드라마 팬이나 모두에게 기대되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어떤 이야기일까?
때는 19 세기 중국의 청(淸)조. 한 여인은 강압적이고 닫힌 사회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귀족 여인으로서 자신의 모든 특권을 버리고 범죄와 열정의 세계로 향한다. 또 다른 여인은 정의와 영예를 추구하는 사람으로서 뒤늦게 이루지 못한 사랑의 중요성을 발견하는 인물이다. 그들의 두 가지 운명이 피튀기는 대결을 낳게 된다. 한편 무사(주윤발)는 그의 검 '녹색의 운명'을 그의 연인에게 선물하나 곧 도둑맞게 되는데...
영화에 출연한 사람들
주윤발 (Chow Yun Fat) - 리 무 베이 역
장 지이 (Zhang Zi-Yi) - 젠 역
양자경 (Michelle Yeoh) - 유 쉬 린 역
장 첸 (Chang Zheng) - 로 역
쳉 페이에이 (Zheng Pei-Pei) - 말괄량이 여우 역
영화를 만든 사람들
감독 - 이 안 (Ang Lee)
제작 - 이 안 (Ang Lee), 이공후(Li-Kong Hsu), 빌 공(Bill Kong)
각색 - 제임스 샤머스 (James Schamus), 왕휘링 (Wang Hui Ling), 쿠롱차이(Kuo-Rong Tsai)
원작 - 왕 두루(Wang Dulu)
*official site : http://www.crouchingtiger.com/
*http://www.rottentomatoes.com/movies/titles/
crouching_tiger_hidden_dragon/downloads/index.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