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나랏말싸미>는 새로운 말을 만드는 과정에서 지쳐 자포자기한 상태에 이른 세종대왕의 모습을 그린다. 억불 정책이 팽배하던 시대적 상황에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로 고군분투하던 세종(송강호)은 승려 ‘신미’(박해일)를 만나 고대 산스크리트어에서 소리글자의 아이디어를 얻는다.
송강호와 박해일이 각각 ‘세종’과 ‘일미’로 호흡을 맞췄다. 얼마 전 유명을 달리한 故 전미선이 ‘세종’의 든든한 조력자 ‘소헌 왕후’로 당당하고 현명한 모습을 펼친다.
<간첩 리철진>(1999) 기획을 시작으로 <즐거운 인생>(2007), <님은 먼곳에>(2008) 제작과 <황산벌>(2003), <평양성>(2011) 등의 제작과 기획, <사도>(2016) 각본 등 그간 30년 넘게 영화업을 이어온 조철현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의 시작에 앞서 오승현 제작자는 “고인의 마지막 연기를 많은 분이 보고 그녀를 최고의 배우로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개봉을 미루지 않았다”라고 극 중 ‘소헌왕후’를 연기한 故 전미선 배우를 향한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조철현 감독은 “신미 스님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지만, 그 존재를 확신할 수는 없었다”면서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료를 조사하던 중 해인사에 위치한 대장경 테마파크에서 그 증거를 찾았다. 그곳에 전시된 대장경 로드는 비단 대장경뿐만 아니라 소리 문자 즉 표음 문자의 발자취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화 오프닝에 ‘다양한 훈민정음 창제설 중 하나로 그것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했다’는 자막을 넣었다”고 말하며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가미한 픽션임을 강조했다.
‘신미’ 역의 박해일은 “나에게 그는 매우 생소한 인물이었다. 문자에 능통한 그를 표현하기 위해 산스크리트어를 최대한 배우고자 했다”면서 “민중이 억압받던 시대이기에 최고의 존엄인 주상(세종)과 만남을 어떤 톤으로 가져갈지 고민했다”고 중점을 둔 지점에 대해 말했다.
‘세종’ 역의 송강호는 “세종 대왕은 그간 여러 플랫폼에서 다양하게 변주된 성군 중의 성군이다. 그간 봐온 모습은 물론 개개인의 머릿속에 이미지가 각인돼 있을 것인데, 연기자로서 그런 모습을 파괴함으로써 창의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인 한글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가 느낀 고뇌와 군주로서의 외로움에 초점을 맞춘 것은 새로운 시도”라고 기존 작품과의 차별점을 꼽았다
<나랏말싸미>는 7월 24일 개봉한다. 전체 관람가이다.
● 한마디
영화 서두에서 밝혔듯 승려가 한글 창제에 개입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여러 한글 창제설 중의 하나이다. 진위를 떠나 우리 말과 글을 만들고자 한 세종의 애민의 마음은 영화 곳곳에 여실히 묻어난다. 전통음악과 예스러운 풍경과 문자가 지닌 아름다움의 어우러짐이 준수하고 비장함과 말랑말랑함 사이 균형이 조화로운 편. 적당한 무게감 유지와 한글이라는 위대한 발명품의 가치를 환기하는 참신한 접근은 영화의 장점이다. 단 서사의 구체성과 밀도는 떨어지는 모양새로 픽션임을 염두에 둘 것, 정통 사극으로 접근한다면 당황할 수 있다.
(오락성 6 작품성 6)
(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2019년 7월 16일 화요일 | 글 박은영 기자(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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