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한국전쟁 막바지에 북한 전쟁고아 1,500명이 비밀리에 폴란드로 보내지고, 그곳에서 6년여의 세월을 보낸 후 북한으로 귀국했던 역사적 사실에 주목한 다큐멘터리다. 폴란드인 교사를 아빠와 엄마로 부르며 전쟁이 남긴 상처를 치유한 아이들과 국적도 인종도 다른 고아들을 보듬었고, 지금도 잊지 않고 그리워하는 교사들이 쏟았던 사랑의 근원을 좇는다.
폴란드로 간 한국 전쟁 고아들을 소재로 한 극 영화 <그루터기>를 준비 중이던 추상미 감독이 영화 주인공 예정인 이송과 함께 폴란드로 가서 잊힌 역사의 현장을 찾고 그 증언을 듣는 과정을 취재기 형식으로 담는다.
<폴란드로 간 아이들>로 장편 영화 데뷔한 추상미 감독은 “항상 연출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2009년 대학원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영화공부를 시작했고, 이후 2010년 단편 두 편을 완성해서 부산과 전주영화제에 초청됐었다. 이후 임신으로 휴학했지만, 계속 장편 영화 소재를 찾던 차에 우연한 기회로 폴란드로 간 아이들의 사연을 접하게 됐다”고 연출 계기에 대해 말했다.
그녀는 “배우로서 작품을 할 때는 내면의 세계에 좀 더 몰두해 혼자 침잠했다면, 감독으로서는 세상에 눈과 귀를 열어 놓고 사회 문제에 민감하게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타인과 단절과 분리된 것이 아닌 연관 돼 있음을 느낀다”고 배우와 감독으로서의 차이를 들었다.
이어, “<그루터기>의 시나리오 작업을 1년 반 정도 진행해서 이미 삼고까지 나온 상태였다. 마지막 점검 차 폴란드로 취재하러 가려고 알아보니 생존한 폴란드인 선생님들이 이미 나이가 많아서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무엇보다 그분들의 생생한 증언을 담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 먼저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게 됐다. <그루터기>는 폴란드로 간 아이들과 선생님이라는 소재는 동일하지만, 아이들과 분단 상황과 한국전쟁에서 파생된 이야기를 좀 더 중점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폴란드에서 북한으로 돌아간 아이들 소식과 관련해서 그녀는 “그들은 폴란드어와 러시아에 능통했기에 북한에서 대체로 엘리트 그룹을 형성했다고 들었다”며 “이 내용을 모 방송국에서 방송용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자료를 주었고, 그들이 조사한 결과를 들었다. 바로 폴란드에서 북한으로 돌아갔던 아이 중 한 명이 탈북민으로 한국에서 살았고, 작년 간암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다. 그분이 돌아가시기 몇 년 전부터 폴란드 이민을 준비 중이셨다고 하더라. 남한의 삶이 녹록하지 않았을 거라는 예상과 함께 자신을 사랑해줬던 공간으로 돌아가려고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고향이란 것 지리적 공간에 한정된 것이 아닌 것 같다”고 영화 속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뒷이야기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추상미 감독은 “폴란드 선생님들이 지녔던 개인의 상처이자 역사적 상처가 한국 고아들을 품는데 선하게 작용했듯이 우리 영화가 상처를 조명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으면 좋겠다. 한국인도 전쟁과 분단을 거치며 많은 상처를 받았는데, 그 상처가 이데올로기를 동반한 증오의 에너지로 흐르지 않았는지에 대해 돌아봤으면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히며 “대단한 담론을 전하려 한 것이 아니라 개인이 지닌 상처와 시련이 긍정적인 치유의 힘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환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2018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 초청됐다. 10월 31일 개봉한다.
● 한마디
- 영화는 두 가지 큰 의미가 있다.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동유럽으로 간 한국 아이들을 늦게나마 조명하고 인간이 인간에 지닌 선한 감정을 환기한다는 것이다
(오락성 6 작품성 6)
(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2018년 10월 16일 화요일 | 글 박은영 기자(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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