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입장에서 보면, 영화 음악의 가장 큰 임무는 영화를 살리는데 있습니다. 존 윌리엄즈나 한스 짐머 같은 외국의 영화음악가들은 한결 같이 여기에 충실하죠. 한국에선 이동준씨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제가 보기에 그는 영화음악이 어떻게 드라마에 힘을 실어 주고, 관객의 감정선을 잡아주어야 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는 한국에서 몇 안되는 영화음악가입니다. 이번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이동준씨의 그 같은 음악적 역량이 최대한 발휘된 작품으로, 그에게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의 작업이 더욱 발전을 이루어서 그가 존경하는 한스 짐머나 제리 골드스미스와 같은 평가를 받기를 바랍니다. - 이시명 감독의 말 중에서-
필자는 솔직히 말해 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보다 영화음악 <2009 로스트 메모리즈>를 더 좋아한다. 장중한 러시아 내셔널 오케스트라와 100인조 혼성 4부 합창단의 웅장한 사운드는 지금까지 한국 영화에서 만날 수 없었던 카타르시스로 다가온다. 영화의 특성에 맞게 한국과 일본의 악기들을 두루두루 사용한 이번 음반은 그간 <은행나무침대> <퇴마록>등 굵직굵직한 영화들에서 재능을 발휘한 이동준 최고의 작품임에 틀림없다.
영화의 장중함과 가상 역사라는 무게감 뿐만 아니라 일제와의 대립이라는 다소 다루기 힘든 내용을 가지고 제작된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엄청난 제작비에 어울리는 훌륭한 사운드 트랙에 의해 그 격이 몇 단계는 높아진 느낌이다.
이 앨범은 초반 2009년도의 서울 시가지가 일제 치하에 놓여있음을 보여줄 때를 비롯해 주인공의 갈등과 사건의 전개 그리고 문제의 해결 등을 차분하면서도 강하고 웅장한 모습으로 영화를 뒷받침 한다. 한국영화의 고질적인 문제가운데 하나로 꼽히곤 했던 부실한 사운드 트랙이 이번 앨범으로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한가지 보너스! 두장의 CD로 제작된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사운드 트랙 외에 영화의 예고편과 더불어 다양한 동영상들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영화는 많은 이들로부터 조금 부족하다는 아쉬운 소리를 들었을 지언정 사운드 트랙만은 대다수 모든 이들이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