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박꽃 기자]
<푸른 노을>은 사진관을 운영하는 65세 노인 ‘남우’(박인환)가 오랫동안 해온 자신의 일을 정리하고 십 수년째 찾아가지 않은 사진의 주인을 찾아주는 여정을 그린다. 떠돌이 악장수 ‘황달주’(남경읍)와 비디오 가게 주인 ‘양은녀’(오미희)가 그 여정에 함께하고, 각자의 사연을 드러내며 노년의 우정과 사랑을 주고 받는 로드무비다.
오랫동안 배우 생활을 해온 박인환, 남경읍, 오미희가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박규식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박규식 감독은 “해가 지기 전 노을과 하늘이 중간 지점에 함께 걸리는 때가 있다. 노년은 인생의 마지막 시간이지만 여전히 젊음과 내일 있다는 뜻”이라며 제목의 의미를 전했다. “세 명품 배우와 함께 작품을 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오래된 사진의 주인을 찾아나서는 ‘남우’역의 박인환은 “인생의 마지막을 정리하며 떠나는 여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재주 있는 남경읍, 아름다운 오미희와 동행한다. 마치 단편 소설 <소나기>나 <감자>같은 시나리오의 문학성이 마음에 들었다. 본래 떠들고 허풍치고 오바하는 연기를 좋아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최대한 억누르고 잔잔하게 연기했다. 저예산 영화다 보니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관객이 따뜻한 마음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요즘 까딱하면 도끼로 손목을 자르고 몇 분마다 칼로 쑤시는 영화를 보면 겁이 난다. 영화는 물론 흥미도 중요하지만, 맛있는 단편 소설 읽는 듯 뒤끝이 좋고 아름다운 영화도 많다. <푸른 노을>이 인생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하는, 뒤끝 좋은 영화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떠돌이 약장수 ‘활달주’역의 남경읍은 “극의 재미를 더해주는 까부는 배역이기 때문에 깊이 있는 연기보다는 감각적인 연기가 필요했다. 마침 올해가 데뷔 40주년이라서 북과 꽹과리, 장고 등 우리 소리를 내는 악기를 배워 기념 공연을 준비 중이었다. <푸른 노을> 시나리오를 보니 내가 배우고 있는 악기들을 다 활용하더라. 어떻게 이렇게 (타이밍이) 잘 맞을 수 있을까 해서 바로 출연 결정했다”고 전했다.
비디오 가게 주인 ‘양은녀’역의 오미희는 “한 남자를 끝까지 사랑하고 지켜주고 싶어한 여자를 연기했다. 작년 11월에 영화를 찍고 1년이 지났다. 영화와 떨어져있는 시간이 있었는데도 박인환 선생님은 보고 우셨다고 하더라. 나도 울었다. 슬퍼서라기보다는 공감의 마음 때문이었다. 함께 삶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고 말했다.
또 “폭력적이고 도발적인 영화 포스터가 많은 세상이다. 그 중에 아름다운 우리들의 삶과 동행을 말하는 포스터가 걸려있을 때, 어쩌면 여러분은 안도할지 모른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영화 제목처럼, 이런 (노인) 영화에 손 댈 수 있는 감독과 제작자 많지 않다. 관객에 외면 당할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박규식 감독의 용기가 고맙다”고 말했다.
세 노인의 로드무비 <푸른 노을>은 11월 23일(목) 개봉한다.
● 한마디
- 누군가의 추억을 되찾아주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흔치 않은 노년 로드무비
(오락성 5 작품성 6)
(무비스트 박꽃 기자)
2017년 11월 9일 목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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