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배우: 나문희, 이제훈, 박철민, 염혜란
장르: 코미디, 휴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119분
개봉: 9월 21일
시놉시스
온 동네를 휘저으며 무려 8천 건에 달하는 민원을 넣어 도깨비 할매라고 불리는 ‘옥분’(나문희). 20여 년간 누구도 막을 수 없었던 그녀 앞에 원칙주의 9급 공무원 ‘민재’(아제훈)가 나타나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민원 접수만큼이나 열심히 공부하던 영어가 좀처럼 늘지 않아 의기소침한 ‘옥분’은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민재’를 본 후 선생님이 되어 달라며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부탁하기에 이른다. 둘만의 특별한 거래를 통해 결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의 영어 수업이 시작되고, 함께하는 시간이 계속될수록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게 되면서 친구이자 가족이 되어 가는데...
간단평
8,000건의 민원을 넣으려면 얼마나 많은 날이 필요할까? 한 달 20건으로 잡아도 얼추 3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다. 우리의 주인공 ‘나옥분’ 여사는 그 긴 시간동안 한결같이 이의 제기해왔다. 자칫하면 진상 억척 할매로 관객에게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때 김현석 감독의 장기가 발휘된다. 사람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 직전에 미운 짓을 멈춘다. 이웃을 생각하는 고운 마음씨를 언뜻언뜻 내보인다. 그렇기에 관객은, 영화가 여사의 숨겨진 사연을 풀어 놓기에 앞서, 이미 그녀의 구수한 귀여움에 어느 정도 매료된 상태다. <아이 캔 스피크>는 영어로 말하고 싶은 할머니가 손자 같은 9급 공무원에게 티격태격 영어 배우며 서로 가족이 되는 전형적인 과정을 따라간다. ‘영어 말하기’라는 개인적 소망을 가지고 있던 할머니가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당사자로서 용기를 내어 증언대로 향하는 순간 코미디는 드라마로 방향을 트는데, 이 선회가 지극히 자연스럽다. 웃음과 감동의 어우러짐이 그야말로 조화로운 지점이다. 공무원스러움을 추구하는 조연들의 감초 연기도 영화에 조미료 역할을 톡톡히 한다. 웃음, 감동, 분노, 통쾌함까지 감정의 총체를 맛볼 수 있는 휴먼 코미디 드라마인 <아이 캔 스체피크>, 그 중심에 나문희의 연륜 깊은 연기가 있다. 코미디 속에 광주민주화항쟁을 녹여냈던 <스카우트>(2007)의 김현석 감독 신작이다.
2017년 9월 18일 월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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