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박꽃 기자]
<장산범>은 5년 전 어린 아들을 실종한 ‘희연’(염정아)과 그의 남편(박혁권)이 부산 장산 지역으로 이사하며 경험하는 공포스런 목소리를 묘사한다. 동굴 인근 숲속에서 발견한 정체 모를 ‘어린애’(신린아)의 등장 이후 치매에 걸린 어머니(허진)를 미치게 만드는 의문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두 부부까지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현혹되기 시작한다.
청각적 공포를 극대화한 <장산범>은 스릴러 <숨바꼭질>(2013)을 연출해 560만 관객을 동원한 허정 감독이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이야기를 주도하는 ‘희연’역의 염정아는 <장화, 홍련>(2003) 이후 14년 만에 스릴러 주연을 맡았다. 허진, 길해연, 이준혁 등 조연 배우도 섬뜩한 존재감을 선사한다.
허정 감독은 “친숙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실은 진짜 그 사람이 아니었을 때 느끼는 스릴이 있다. 어쩔 수 없이 그 소리에 홀릴 수밖에 없는 사람의 이야기라는 점이 무섭고, 비극적이다. 각 인물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는 ‘심리적 소리’를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아이를 잃은 상실감을 느끼는 한 가족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고 말했다.
‘희연’ 역의 염정아는 “소리를 직접 듣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상에 의존해 연기하는 것이 정신적으로 부담스러웠다. 초반에는 감독님이 직접 소리를 내주셨고, 감정선이 고조되는 후반부는 녹음한 아이 목소리를 인이어 이어폰으로 들어가며 연기했다. 체력적으로도 상당히 힘들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남편’ 역의 박혁권은 “보통 공포영화에서는 시각 표현이 주가 되고 청각 표현은 보조적으로 쓰이는데 이번 대본은 두 가지가 거의 동등하게 다뤄져 상상하기 어려웠다. 평소보다 감독님께 더 꼼꼼하게 물어보고 연기했는데, 자세한 것 하나까지 이야기할 수 있어 재미도 있었다”고 말했다.
‘여자애’ 역의 아역 배우 신린아는 “염정아 이모와 ‘케미’가 좋았다. 한여름에 겨울옷을 입고 영화를 찍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해 주변의 귀여움을 샀다.
청각을 자극하는 스릴러 <장산범>은 8월 17일 개봉한다.
● 한마디
- 아이 잃은 부모의 고통과 죄책감을 자극하는 목소리의 간교함이 상상 이상이다. 미스터리 스릴러의 익숙한 장치를 변주하는 솜씨로 공포감을 켜켜이 쌓고, 토속신앙 굿 시퀀스와 동굴 시퀀스에서 호러 분위기를 제대로 터뜨린다. 소름끼치는 청각적 자극을 극대화하면서 시각적 공포까지 놓치지 않는다.
(오락성 8 작품성 7)
(무비스트 박꽃 기자)
2017년 8월 9일 수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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