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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제자 니시카와 미와, <아주 긴 변명>으로 내한
2017년 2월 3일 금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꽃 기자]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신작 <아주 긴 변명> 언론시사회 및 감독 내한 기자회견이 2월 1일(수) CGV 명동역에서 열렸다. 2015년 일본에서 출간한 자신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이번 작품은 <유레루>(2006) <우리 의사 선생님>(2010) 이후 국내에서 7년만에 개봉하는 신작이다. 니시카와 미와 감독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원더풀 라이프>(1998) 조감독으로 참여하며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아주 긴 변명>은 단짝 친구와 여행을 떠난 아내 ‘나츠코’(후카츠 에리)가 교통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는 사이 불륜을 저지른 철없는 소설가 남편 ‘사치오’(모토키 마사히로)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아내 단짝 친구의 남편인 ‘요이치’(타케하라 피스톨)가 생업인 트럭 운전을 하는 동안 그 집에 덩그러니 남은 두 아이들을 돌봐주며 자신의 인간성을 회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는 제4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 등 유수 영화제에 초청됐다.

이번 작품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의 프로덕션 디자이너 미츠마츠 케이코, <걸어도 걸어도>(2008) <태풍이 지나가고>(2016)의 촬영감독인 야마자키 유가타가 함께했다. 주연은 <굿`바이>(2008)의 주연 모토키 마사히로가 맡았으며, 지난해 국내 개봉한 이와이 슌지 감독의 <립반윙클의 신부>(2016)에서 주연으로 발탁됐던 쿠로키 하루가 특별 출연한다.

<아주 긴 변명>은 2월 16일 국내 개봉한다.

아래는 기자회견 내용.

Q. 영화를 만들기 전에 같은 내용을 소설로 먼저 썼다.

A. 그동안은 영화를 찍는 작업부터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소설을 먼저 쓰는 식으로 순번을 바꿨다. 소설을 쓰는 일은 사람과 돈이 많이 들지 않으니까.(웃음) 영화를 찍다 보면 그리 대단한 장면도 아니고 그저 훅 지나가는 씬에도 수 백만 원씩 깨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 날들과 지금까지 싸워왔다.(웃음) 또 <아주 긴 변명>의 핵심 연기자는 아이들인데, 알다시피 아이들은 어른 맘대로 움직여주는 존재가 아니다.(웃음) 그런데 소설에서는 아이들을 자유롭게 움직이고 이야기의 전개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그게 좋았다. 뿐만 아니라 직접 눈에 보이거나 귀로 들리지는 않아도 등장인물이 가진 배경 서사와 그만의 내면세계가 있지 않나. 그런데 영화는 2시간 남짓의 시간 안에 그런 이야기를 다 담아야 하므로 종종 메시지가 흘러넘치는 경우가 있다. 소설에는 시간제한이 없기 때문에 그런 요소들을 더욱 깊이 있게 표현할 수 있었다.

Q. 이번 작품의 연출 의도를 한국 관객에게 설명한다면.

A. 최악의 타이밍에서 자신의 아내를 잃고, 그 사건을 계기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자기 인간성을 회복해 나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물론 지금까지도 그런 이야기는 많이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주인공 ‘사치오’가 스스로 인간성을 회복했다고 믿는 그 순간에 다시 한 번 또 다른 벽이 존재한다는 걸 깨닫게 하고 싶었다. 다시 절망하겠지만 결국에는 또 일어나고, 앞을 향해 걸어가는 이야기 말이다.

Q. 사랑하는 사람을 급작스러운 사고로 잃는다는 설정에서 동일본대지진의 상흔이 느껴지기도 한다.

A. 여러분이 잘 알다시피 2011년 3월에 동일본대지진이 났다. 이 작품은 그해 연말에 구상한 것이다. 당시 나를 비롯해 무언가를 창조하고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굉장한 무력감을 느꼈다. 이 세상을 회복하는 데 내가 어떻게 힘을 보탤 수 있을까, 또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컸다. 내 경우에는 재난 현장에 직접 찾아가서 카메라로 무언가를 찍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더라. 한국도 세월호의 비극을 경험했기 때문에 관객들이 이런 고민에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재난 이후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소중한 사람을 상실한 이후에는 어떻게 남은 삶을 이끌고 갈 것인가? 하는 것들이 새로운 화두가 됐다고 본다. 다만 그 비극적인 사건들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형태의 이별과 아픔이 있다. 조금 더 보편적인 형식으로 연출하고 싶었다. <아주 긴 변명>의 경우는 예상하지 못한 이별을 겪은 사람들도 사실은 남에게 차마 말하지 못하는 나쁜 관계에 놓여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부터 출발했다. 헤어지기 직전까지도 사이가 안 좋았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럴 경우에는 자기의 아픔을 타인에게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한 채로 남은 인생을 살아가야 할 테니까, 그런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다.

Q. 주연을 맡은 모토키 마사히로는 <굿`바이>로 한국 관객에도 익숙한 배우다. 그 외에도 트럭 운전수 ‘요이치’역을 맡은 다케하라 피스톨 등 배우들의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A. 모토키 마사히로의 경우 상당한 실력파 배우다. 그런 사람이 단 한 번도 연기해본 적 없는 상황을 맞닥뜨리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고 싶었다. 그쪽에서도 지금까지 자신이 소화해본 적 없는 역할이라면서 연기해보고 싶어 했다. 영화 내에서 다소 부정적으로 그려지는 캐릭터인데도 말이다. 그런데 사실 그는 상당히 완벽해 보이는 겉모습에 비해 의외로 자신감도 별로 없고, 우리 영화 제목처럼 변명 많은 사람이었다.(웃음) 등장인물 중에 가장 손이 많이 가는 배우였달까.(웃음) 그저 가만히 세워놓기만 해도 반짝반짝 빛나는 어린아이들 옆에 세워놓으면 괜히 혼자 당황하고 말이다.(웃음) 게다가 원작을 신경 쓰지 말고 그저 ‘모토키가 만들어가는 사치오를 연기해달라’고 했는데 불안한 마음이 컸는지 원작을 달달 외워서 연기할 정도로 열심히 보더라.(웃음) 그러다가 정작 시나리오상의 중요한 대사 부분을 놓치기도 하고.(웃음) 그리고 ‘요이치’역을 맡은 다케하라 피스톨의 경우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일본 뮤지션이다. 함께 출연한 아이들인 후지타 켄신과 시라토리 타마키도 연기 경험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300명 정도 되는 아이들 사이에서 오디션을 거쳐 뽑았다. 잘 훈련된 아역보다는 그 아이들이 아이다운 생생한 느낌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았다.

Q. 아이들과의 연기가 어렵지는 않았는지.

A. 아이들의 연기를 지도하는 게 처음이라 많이 당황스러웠다. 애들은 참, 어렵다.(웃음) 아침에는 그렇게 기분이 좋아서 방방 뛰어다니다가도 카메라 세팅이 끝나면 서로 싸우고 운다든지, 기분이 안 좋아져서 촬영을 못하겠다고 한다든지 하는 일이 일상다반사였다.(웃음) 내 스승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아이들 연기 지도를 상당히 잘 하는 분이라 비법이 있냐고 여쭤보기도 했다. 당신의 경우는 아이들에게 미리 대본을 주지 않고 촬영 당일에 귓속말로 알려준다고 하더라. 나도 그렇게 따라 하면 <아무도 모른다>같은 걸작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 방법을 써봤는데, 별로 잘 되진 않더라.(웃음) 남이 하는 걸 그대로 따라 해 가지고는 안 되겠더라.(웃음) 아이든 어른이든 배우 각자에게 맞는 연출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바꿔나가는 쪽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게 됐다.

Q. 마지막으로 한국의 예비관객에게 인사를 부탁한다.

A. 많은 관객이 봐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지난 4년간 <아주 긴 변명>을 만들었다. 이 영화를 먼저 본 어떤 부부는 위기에 처해있던 관계가 조금 좋아졌다고 말하기도 했다.(웃음) 국경도 넘고 문화도 넘어왔지만, 한국 관객이 공감할만한 부분도 많은 작품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데뷔작인 <산딸기>를 비롯해 <우리 의사 선생님> 등 내 작품이 한국에 소개되는 경우가 있었고, 또 내 영화를 보고 싶어 해주는 한국 팬도 있다. 게다가 일본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되는 게 매우 어려운 일인데, 이번 작품을 여러분께 알려드리게 돼 기쁘다.

● 한마디
- '있을 때 잘 할 걸' 보다 한 발자국 더 나간 고민
(오락성 6 작품성 6)
(무비스트 박꽃 기자)

- 변명할 자격을 얻기까지의 과정을 담는 차분한 시선
(오락성 5 작품성 7)
(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2017년 2월 3일 금요일 | 글_박꽃 기자(pgot@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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