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이지혜 기자]
배우: 한효주, 유연석, 천우희, 박성웅
장르: 로맨스, 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20분
개봉: 4월 13일
시놉시스
1943년, 경성. 일제 치하에서 ‘대성권번’은 승승장구하는 기생학교다. ‘소율’(한효주)과 ‘연희’(천우희)는 대성권번의 우등생이자 친구로서 그 누구보다 빼어난 노래 솜씨와 목소리를 가졌다. 그러던 어느 날, 당대 최고의 작곡가 ‘윤우’(유연석)가 일본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다. ‘윤우’는 자신의 연인인 ‘소율’에게 본인의 노래 “조선의 마음”을 불러 달라 부탁하고, ‘소율’은 예인이 아닌 가수로서의 삶을 꿈꾸게 된다. 그러나 ‘윤우’는 우연히 ‘연희’의 노래를 듣게 되고 그녀의 목소리에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결국 둘은 사랑과 노래를 향한 열망 속에 점점 엇갈리기 시작한다.
간단평
비틀린 시대, 1940년대의 경성만큼 창작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기도 드물다. 폐쇄돼 있던 조선사회에 중국, 일본, 심지어 서구의 문화까지 쏟아져 들어오며 조선은 일대 변혁기를 맞는다. 레이스 달린 한복이나 조선의 소리에 서구의 음색이 더해진 각종 유행가는 당대의 산물이다. 이처럼 사회와 문화가 변하는 동안 사람들의 정신은 더욱 많이 변해서 신 계층이 등장하기도 했다. 모던걸, 즉 신여성이 그들이다. 유행에 민감한 여성 유학생이나 기생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문화가 꽃 폈던 것이다. <해어화>는 비틀린 시대에 격동하는 문화를 한껏 껴안았던 기생학교, 대성권번의 기생 ‘소율’과 ‘연희’의 비극을 그린다. 영화는 ‘말을 이해하는 꽃’이란 제목답게 무척이나 아름답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한복과 양장을 입고 등장하는 한효주와 천우희, 그리고 유연석의 비주얼은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한효주와 천우희가 직접 부른 노래들 역시 빼어나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다. 마치 <아마데우스>의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처럼, 천재성을 갈망하는 두 여성의 갈등극일 수 있었던 <해어화>는 지나치게 사랑에 매몰된 나머지 치정극에 머무른다. 1940년대라는 시대상도, 비틀린 시대였기에 가능했던 가수라는 꿈도 사랑이라는 주제에 파묻혀 빛을 잃고 말았다. 덕분에 영화 속 의상들이나 노래들 역시 영화를 장식하는 장신구 역할에 그친다. 극의 모든 설정들이 사랑에 함몰된 셈이다. <인어공주> <협녀, 칼의 기억>을 연출한 박흥식 감독의 작품이다.
2016년 4월 7일 목요일 | 글_이지혜 기자(wisdom@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