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에디>는 프로선수라 할 수 없는 실력, 미장이 경력이 전부인 에디 에드워즈가 올림픽에 출전하겠다는 신념 하나로 전 세계적인 스포츠스타가 된 이야기를 그린 실화극이다. <독수리 에디>의 연출을 맡은 덱스처 플레처 감독은 <록스타 앤 투 스모킹 배럴즈> <삼총사 3D>에 배우로 출연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덱스처 플레처 감독은 <와일드 빌> <선샤인 온 리스> 등도 연출한 바 있다.
아래는 4월 7일 개봉 예정인 <독수리 에디>의 덱스처 플레처 감독, 휴 잭맨과의 일문일답이다.
한국에 온 소감?
감독: 한국에 온 건 처음이다. 정말 흥분된다. 한국까지 오는 여정은 매우 길었으나 아주 중요한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영화를 가져왔기에 자랑하고 싶다. 함께 온 휴 잭맨은 한국에 여러 번 왔다더라. 한국을 사랑하는 배우와 함께 방문하게 돼 매우 기쁘다.
휴 잭맨: 항상 기쁜 마음으로 한국에 오게 된다. 특히 나는 서울의 홍보대사이기에 10년 전부터 한국을 방문해 왔다. 이번에는 <독수리 에디>를 가지고 왔는데 이 영화는 독특한 스포츠를 소재로 소외된 약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감동적인 영화다. 우리는 이 영화를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테런 에저튼의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의 느낌, 함께 호흡을 맞춘 소감은 어땠나?
휴 잭맨: 테런 에저튼은 예전부터 대성할 배우라 생각하고 있었다. <킹스맨>부터 <독수리 에디>까지 폭 넓은 연기를 할 수 있는 보기 드문 배우다. 이런 영화는 보통 촬영하기 전에 호흡이 잘 맞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사전에 만나본다. 우정을 그리는 영화는 상대배우와의 사전작업이 특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전에 뉴욕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그런데 만나자마자 그가 좋은 배우란 걸 알게 됐다. 개방적인 데다 연기 자체를 즐기면서 하더라. 기대 이상의 배우였다. 덱스터 플레쳐 감독님은 모두가 아시다시피 감독이자 배우다. 배우들이 즐기면서 연기할 수 있도록 촬영 환경을 조성해주셨다. 배우들이 촬영을 즐겨야 그것이 관객들에게도 전해지잖나. 감독님의 배려와 테런 에저튼의 연기 덕에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
‘에디’의 코치 역인 ‘브론슨’ 역을 맡았다. 캐릭터가 참 매력적이더라.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낸 비결은 뭔가?
휴 잭맨: 70년대 전설적인 드러머 진저 베이커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그를 바탕으로 ‘브론슨’ 캐릭터를 만들었다. 더불어 에디 에드워즈에게는 6, 7명의 코치가 있었는데 그들의 성격을 모두 합쳐 놓은 게 ‘브론슨’이다. 이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가장 좋았던 건 새벽 3시에 체육관에서 운동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옆에서 다른 사람이 트레이닝하는 걸 지켜보는 입장이 되니까 참 즐겁더라(웃음). 가장 즐겁게 촬영했던 영화인 것 같다.
80년대 문화코드 중 가장 애착을 갖고 연출한 지점은 무엇인가?
감독: 이 영화는 80년대 옷, 음악을 재현해서 만든 작품이다. 혁신이 화두였던 80년대는 새로운 것들이 발명되는 시기였다. 합성소재가 많이 개발되는 한편 형광색 등 밝은 색깔들이 유행했다. 영화는 시각적인 작업이잖나. 덕분에 그런 색깔들을 사용할 수 있어 즐거웠다.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전자 악기들도 많이 사용했다. 당시 유행하던 신디사이저 등의 합성음악을 많이 사용했다. 그렇지만 대부분 80년대 사용되던 악기들만 썼다. 80년대의 음악들과 밝은 색감을 활용해 쾌활한 성격의 에디를 묘사했다.
트랙을 내려오면서 휴 잭맨이 담배를 튕기던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방법으로 트랙신을 촬영했는지 궁금하다.
감독: 휴 잭맨이 스키점프를 하는 장면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브론슨’이 점프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가 정말 재능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납득시켜야 했다. 그렇지만 스키점프를 촬영하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 스키슬로프에 앉아 있을 때는 항상 와이어를 달도록 했고 트랙 중간중간에 그물망도 설치했다. 자칫 미끄러져 떨어지면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키점프 하는 장면은 로마니아 스키점퍼 두 명으로 촬영했다. 한 사람이 먼저 출발하면 뒷 사람이 어깨 위에 카메라를 달고 점프하도록 해서 앞사람의 모습을 촬영하는 구조였다. 그런데 하마터면 뒷 사람이 앞사람을 추월해 충돌할 뻔했다. 스텝들 모두 얼어붙어선 덜덜 떨고만 있었다. 그런데 이 둘은 무사히 착지하고선 웃는 게 아닌가. 그 모습을 보면서 스키점퍼들은 정말 미쳤다고 생각했다.
스키점프의 매력이 뭔가?
휴 잭맨: 나는 호주인이다. 그래서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진 스키점프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몰랐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통해 스키점프를 보니, 이 스포츠가 정말 우아하면서도 아름답다는 걸 알게 됐다. 동시에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는 스포츠란 것도. 그 매력에 빨려 들어갈 것 같더라. 특히 실제로 점퍼들이 뛰는 모습을 본다는 건 멋진 경험이었다. 2년 뒤에 평창 올림픽이 있을 예정인데 한국 사람들도 실제로 가서 관람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스키점프가 얼마나 웅장하고 멋진 스포츠인지 알게 될 거다. 영화의 소재가 되기에도 좋은 스포츠다. 우리 영화를 본다면 실제로 관람하는 것 못지 않게 멋진 스키점프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다. 모든 사람들이 영화의 스릴을 즐겼으면 좋겠다.
한국에도 스키점프 영화가 있다. <국가대표>다. 이 영화를 봤나? <독수리 에디>가 한국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길 바라나?
감독: 스키점프에 관한 영화는 <국가대표>가 유일하더라. 한국말로 되어 있었기에 영화를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영화의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독수리 에디>는 <국가대표>와는 달리 좀 더 영국적인 시선이 담긴 영화다. 같은 소재를 다른 문화적 접근 방식으로 풀어간다는 게 좋지 않나? 한국 관객들도 그런 문화적 차이를 흥미로워할 것 같다. <국가대표>도 좋았지만 이젠 <독수리 에디>를 봐 줬으면 좋겠다(웃음).
휴 잭맨: 관객들이 <독수리 에디>를 통해 시대적 차이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오늘 날에는 SNS를 통해 한 사람이 빠르게 인지도를 얻을 수 있지만 80년대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럼에도 에디 에드워즈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심지어 호주 토크쇼에도 초대받을 정도였으니까. 아쉽게도 에디 이후에 올림픽은 규정을 마련해 더 이상 에디와 같은 방식으로 올림픽에 참가하는 사람이 없도록 했다. 2년 후 평창 올림픽에 맞춰 이 영화를 본다면 한국 관객들도 많은 감동을 받을 거다.
에디처럼 타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뜻을 관철시킨 경험이 있나?
휴 잭맨: 사실 나는 호주의 TV시리즈로 연기를 시작했다. 그 다음에 ‘미녀와 야수’를 찍었고 이후에는 뮤지컬에 출연해 인기를 끌었다. 그래서 배우보단 뮤지컬 배우로 알려졌다. 그러나 호주에서는 뮤지컬 배우를 예능인으로 여길 뿐 배우라고 보진 않는다. 그렇기에 영화나 연기에 대한 오디션을 보는 것도 몹시 힘들었다. 3, 4개월 동안 모두 거절만 당했다. 그러다 한 감독님께 애걸하다시피 해서 오디션을 보고 배역을 따낸 적이 있다. 이런 식으로 나는 나 스스로를 배우라고 생각했지만 주위에서 그렇지 않다고 볼 때 몹시 힘들었다.
감독: 나도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다. 연기자라면 90%는 거절 당할 거다. 나머지 10%의 합격을 받기 위해 연기자들은 노력하고 좌절한다. 창의적인 활동을 해야 하는 꿈을 좇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일이다.
올림픽 선수 중 연기하고 싶거나 연출하고 싶은 인물이 있나?
감독: <독수리 에디>다. 에디 에드워즈야말로 올림픽 정신을 보여준 인물이다. 자신을 믿고 스스로의 불안을 극복한 인물이다. 사실 우리들 모두 무엇을 하든 가장 높이, 가장 빨리, 가장 잘 하진 못하잖나. 그럼에도 좌절하지 않고 시도하며 올림픽이라는 축제의 일원이 된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휴 잭맨: 내가 만일 다른 역할을 맡는다면 천재 스키점퍼 역을 맡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위대한 인물들, 스타들을 통해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는지에 대한 영감을 얻는다. 그런 교훈을 주는 가족영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혹은 이른 나이에 대스타의 꿈을 이룬 인물이 3, 40년 뒤에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린 영화 역시 재밌을 거라고 본다.
2016년 3월 7일 월요일 | 글_이지혜 기자(wisdom@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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