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 하지원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123분
개봉: 1월 14일
시놉시스
돈 없고 대책 없고 가진 것도 없지만 뒤끝만은 넘치는 남자 허삼관(하정우)은 마을의 절세미녀 허옥란(하지원)에게 한눈에 반한다. 허옥란에게는 이미 하소용이라는 남자가 있지만 허삼관은 포기하지 않고 온갖 물량공세로 마침내 결혼 승낙을 받아낸다. 부부의 연을 맺은 허삼관과 허옥란은 보고만 있어도 배부른 세 아들 일락, 이락, 삼락을 낳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마을에는 허삼관의 큰 아들 일락이 허삼관이 아닌 하소용을 닮아간다는 흉흉한 소문이 퍼진다. 허삼관은 일락이 자신의 아들이란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을 모두 모아 일락의 혈액형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11년간 애지중지 키워온 일락이 남의 자식이라는 기막힌 사실을 알게 되는데...
간단평
중국 소설가 위화의 베스트셀러 ‘허삼관 매혈기’를 스크린에 옮긴 <허삼관>은 희극적인 상황의 저변에 깔린 서민들의 비애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를 배경으로 한 원작과 달리 <허삼관>은 1950~60년대 충청남도 공주를 배경으로 한다. 먹고 사는 것이 전쟁인 서민의 삶과 애환은 시대적, 지리적 배경을 막론하고 짙은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허삼관>은 전반부 허삼관에게 벌어지는 해학적인 에피소드를 통해 웃음을 유도하는데, 토라진 듯 내뱉는 허삼관의 대사와 인물들의 과장된 행동이 반복될수록 웃음의 농도는 낮아진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허삼관을 둘러싼 상황은 우습다기보다 애통하게 느껴지는데, 그 과정에서 오는 페이소스는 진하다. 가족에게 등 돌리고 혼자 우는 허삼관의 측은한 모습과 돌덩이를 손에 쥔 채 폭력을 휘두르는 일락의 불안한 모습은 우스꽝스러운 상황 아래 숨겨진 인물들의 서글픈 형편을 입체적이고 호소력 있게 전달한다. 부조리한 상황 속에서 사소한 반항만을 시도하는 무기력한 인물들의 모습 또한 더없이 안타깝다. 피를 팔아 모은 지폐가 바닥에 흩어질 때 온 몸으로 지폐를 끌어안는 허삼관과 그 위로 몸을 내던지는 사람들의 필사적인 모습을 직부감으로 담아낸 장면은 씁쓸하기까지 하다. 가족을 위해 피를 팔아야 했던 가난한 아버지의 처절함이 가슴 깊숙이 박힌다.
2015년 1월 9일 금요일 | 글_최정인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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