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남매는 화목함과 거리가 멀다. 인모는 엄마 집에 얹혀사는 한모를, 한모는 결혼과 이혼을 밥 먹듯이 하는 미연을, 미연은 남매 중 유일하게 대학까지 나와 성공하지 못한 인모를 부끄러워한다. 감정만 앞서 제대로 된 소통을 못하는 이들은 허구한 날 싸운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서로를 엄마 집에서 쫓아낼 수 있을까 궁리한다. 하지만 이들이 밉지는 않다. 타인이 공격할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결속을 다지며 확실한 방어태세를 갖추는 등 의리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들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건 엄마의 밥이다. 매일 삼겹살 파티를 여는 엄마는 자식들의 허기진 배와 사회에서 버림받아 상실된 자신감을 채워 준다. 엄마는 세 남매에게 따뜻한 안식처를 제공하며 화해를 조성한다.
집에서 벌어지는 한모와 인모의 육탄전, 횟집에서 미연이 인모에게 묵혔던 감정을 폭발하는 장면 등 송해성 감독은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이들의 전쟁을 고스란히 담는다. 한 인물이 아닌 가족 전체가 주가 되는 이야기는 가족 구성원들의 화학작용을 자연스럽게 조성한다. 배우들의 연기는 활력을 불어넣는다. 박해일이 매사 논리 정연함으로 무장한 사이 윤제문은 단순 무식함으로 문제를 대처하며 극과 극의 조합을 이뤄나간다. 이들의 상반된 성격에서 빚어지는 치졸한 싸움은 코믹함을 불러일으킨다. 공효진은 두 오빠에 밀리지 않는 대찬 성격으로, 진지희는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 이어 특유의 당돌함으로 공효진과 똑 닮은 모녀지간을 형성한다. 윤여정은 <바람난 가족> <돈의 맛>과는 대조적인 보편적 어머니로 분해 자식들을 사랑으로 감싸며 조화를 이룬다.
<고령화가족>은 콩가루 집안의 소동극을 그리지만 결국 가족의 소중함을 역설한다. “살면서 실패를 했을 때 위로 받을 수 있는 곳은 결국 가족”이라는 송해성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서로의 존재를 부끄러워하고 때마다 싸우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화해하고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관계가 가족이라 전한다. 서로 미워하면서도 끌어안고 살아가는 가족들의 민낯이 바로 우리네 삶이다.
2013년 5월 10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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