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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카메라가 구현한 미스터리 (오락성 5 작품성 6)
파리 5구의 여인 | 2013년 4월 25일 목요일 | 서정환 기자 이메일

<파리 5구의 여인>은 ‘빅 픽처’ ‘템테이션’ 등으로 국내에서도 인기를 모으고 있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가난한 이민자들이 몰려 사는 파리 5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사랑이 찾아온 여름>으로 영국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던 파벨 파블리코브스키 감독은 원작 소설과는 또 다른 자신만의 논리와 스타일로 영화화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예술과 문화의 화려한 도시 파리는 <파리 5구의 여인>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도시의 어두운 이면과 편심 초점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카메라가 영화의 분위기를 창조한 두 축이다. 이민자들로 구성된 도시와 그 속에서의 불안정한 삶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위해 카메라는 인물이든 풍경이든 끊임없는 아웃포커스로 미스터리를 유지한다. 영화는 스릴러의 요소를 최소화하지만 무언가를 감지할 수 없는 카메라의 방식만으로도 기이한 서스펜스를 야기한다. 카메라가 인물만큼이나 비중을 둔 풍경 또한 불안정한 인물의 정신을 드러내는데 일조한다. 인물의 감정 상태는 곧 인물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으로 구현되는 것이다.

마치 미로에 빠진 것처럼 톰(에단 호크)은 출구를 찾지 못한 채 파리 5구의 한정된 장소만을 오간다. 사랑에 빠진 여인도, 일터도, 숙소도, 주변인들도 그래서 모두 미지의 세계다. 영화는 그 미지의 것들에 대한 작은 실체의 파편들을 던지지만, 여전히 출구는 묘연하고 명확하게 인지되는 것은 없다. 영화는 톰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명쾌하게 해결할 생각도, 파리 5구의 세태를 날카롭게 성찰할 생각도 없다. 초현실적인 상황으로 전복하고 일말의 단서들로 여러 추측을 해볼 수 있게 만들 뿐이다. 그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라면 매력이자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뉠 요인이기도 하다. 어쩔 수 없이 사색하게 하고, 불안정한 심리를 여운으로 곱씹게 하는 영화다.

2013년 4월 25일 목요일 | 글_서정환 기자(무비스트)




-캐릭터의 특성이 고스란히 담긴 에단 호크와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의 흡입력 있는 연기.
-명확한 결말이 아니라도 몽환적인 여운을 선호한다면.
-관광지가 아닌 파리의 이면을 엿볼 수 있는 기회.
-반전이라면 반전인데 이건 뭥미.
-치밀하게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스릴러를 기대했다면.
-곱씹고 분석하고 사색하고 그래도 여전히 난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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