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리개>는 4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연예계 성상납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법정드라마의 외피를 둘러싼 영화는 사건이 일어난 과정을 영상으로 옮기기 보다는 권력과 지위에 무릎 꿇게 되는 사회적 약자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소속사 대표의 폭행과 강압으로 술접대와 성상납을 하게 된 여배우(민지현), 언론사 대표의 권력에 주저앉고 마는 여검사(이승연)와 열혈기자(마동석)는 현실에서 일어났던 불합리한 사건들을 환기시킨다.
<노리개>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건드린다. 하지만 핵심은 건드리지 못한다. 영화는 법정드라마의 색이 강하다 보니 사건의 진실 보다 법을 악용하는 사람들의 부도덕한 행위가 더 뇌리에 남는다. 감독은 여배우의 죽음을 막지 못했던 매니저, 친오빠, 동료 여배우의 이야기를 통해 성상납의 재물이 된 여배우의 고뇌를 드러내지만 단편적으로 구성되어 감정 이입이 쉽지 않다. 연예계의 추악함을 드러낸 시도는 높이 살만하지만 연예계 성상납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를 파고들지 못했다는 건 아쉬움이 남는다. <노리개>가 일명 ‘도가니 법’이 제정되며 장애인 성추행 문제를 수면위로 끌어 올린 <도가니> 만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에는 힘이 부족하다.
2013년 4월 18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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