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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 녹여낸 가볍지만 유쾌한 소품 (오락성 7 작품성 6)
로마 위드 러브 | 2013년 4월 16일 화요일 | 서정환 기자 이메일

우디 앨런은 <로마 위드 러브>에서 삶을 하나의 패턴으로 도식화하여 네 에피소드를 통해 반복한다. 삶은 움직이는 것. 움직이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변화의 반복이라는 것. 삶이 우연이든 꿈이든 사랑이든 마찬가지다. 변화도 타의든 도전이든 일탈이든 마찬가지다. 잭(제시 아이젠버그)은 모니카(엘렌 페이지)의 매력에 빠져 샐리((그레타 거윅)와 결별을 결심하지만 모니카는 떠나고 결국 샐리와 남는다. 미켈란젤로의 아버지(파비오 아르밀리아토)는 제리(우디 앨런)의 강요에 못 이겨 꿈에 그리던 오페라 무대에 서지만 결국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고, 평범한 소시민 레오폴도(로베르토 베니니)는 영문도 모른 채 하룻밤 사이에 유명인사가 되지만 결국 평범한 소시민으로 돌아온다. 신혼부부 밀리(알레산드라 마스트로나르디)와 안토니오(알레산드로 티베리) 또한 각각 유명 영화배우와 콜걸을 만나 일탈을 경험하고 본능에 눈뜨지만 결국 사랑을 재확인한 계기가 될 뿐이다.

우디 앨런은 노련한 인생에 대한 통찰을 로마라는 도시, 그 도시가 갖고 있는 특수성과 결합하여 특유의 유머에 녹여낸다. 건축가 존(알렉 볼드윈)의 과거는 로마에서도 가장 로마스러운 곳 트라스테베레에서 잭을 통해 재현되며, 헤일리(알리슨 필)와 미켈란젤로(플라비오 파렌티)는 트레비 분수 앞에서 영화와 같은 사랑에 빠진다. 유서 깊은 로마 오페라 극장에서 격식을 엿 먹이는 기상천외한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이탈리아 통일을 기념하는 가리발디 거리와 공화국 광장에서의 파파라치-미디어의 작태와 대중의 속성, 성스러움을 상징하는 바티칸 미술관에서의 고위층과 콜걸의 관계 등은 우디 앨런이 놓칠 리 없는 최적의 조롱감이 아닐 수 없다.

우디 앨런의 전작들에 비해 그리 특별할 것 없는 관광영화에 가까운 소품이지만, 그래도 <로마 위드 러브>는 유럽에서의 영화 여정을 이어가는 우디 앨런에게 영감을 지속시키는 작품으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해낸다. 관객들 또한 극중 인물들과 함께 웃고, 후회하고, 신경질내고, 조롱하고, 포근해지기에 부족함이 없는 영화다. 여기에 로마의 관광지를 부지런히 여행할 수 있는 간접경험은 덤이다. 가벼운 영화라도 역시 우디 앨런이 만들면 무언가 특별하다.

2013년 4월 16일 화요일 | 글_서정환 기자(무비스트)




-로마 여행을 계획하거나 꿈꾸고 있던 관객이라면 사전 답사로 제격.
-우디 앨런 특유의 풍자와 유머를 좋아한다면 가볍게 즐기기에 충분.
-놓치면 후회할 로마 오페라 극장에서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공연 퍼포먼스.
-빨간색으로 깔 맞춤한 페넬로페 누님의 육감만족 콜걸 연기.
-제시 아이젠버그와 엘렌 페이지, 두 풋풋한 배우의 발랄 매력이 우디 앨런과 만났을 때.
-우디 앨런의 전작들에 비해 약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
-뉴욕이 아니면 우디 앨런이 아니라는 뉴욕 예찬론자들.
-로마 여행으로 관객의 마음을 현혹하고 적당히 날로 먹으려는 노련한 할아버지의 꼼수?
3 )
gari1015
저는 우디 앨런의 미드 나잇 파리를 괜찮게 봤어서 기대를 했지만,,,샤워하면서 오페라를 부르는 씬은 정말...놀라운 발상이었습니다.~ 그런 간간한 재미는 있었지만 기대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영화가 전반적으로너무 허무맹랑하게만 흘러가다 끝난 느낌이라서요.. 이번에는 그다지 특별했다는 생각이 안들었네요   
2013-05-13 17:39
spitzbz
아이러브 페이스북 창시자님... 이 나오는걸 몰랐는데..
비록 영화에서는 소박한 청년의 모습이었지만, <소셜네트워크>에서의 전율이 다시한번 상기되서 좋았습니다   
2013-04-26 19:11
spitzbz
우디앨런감독님 작품중 최고라고 감히 칭송하고 싶습니다.....
설마설마 나올려나?? 했던... 우려의 샤워신과
앨랜페이지의 삼류허세 연기자의 대사는... 보석처럼 빛나는 선물이었습니다.
영화에서는 아름답게만 보이는 로마의 거리가 잠깐이나마 살다왔던 저에게는 거짓이라는걸 느끼게했지만요. 이태리 대도시가 얼마나 시끄럽고 무식하고 무서운곳인데... ㅋ   
2013-04-26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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