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앨런은 <로마 위드 러브>에서 삶을 하나의 패턴으로 도식화하여 네 에피소드를 통해 반복한다. 삶은 움직이는 것. 움직이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변화의 반복이라는 것. 삶이 우연이든 꿈이든 사랑이든 마찬가지다. 변화도 타의든 도전이든 일탈이든 마찬가지다. 잭(제시 아이젠버그)은 모니카(엘렌 페이지)의 매력에 빠져 샐리((그레타 거윅)와 결별을 결심하지만 모니카는 떠나고 결국 샐리와 남는다. 미켈란젤로의 아버지(파비오 아르밀리아토)는 제리(우디 앨런)의 강요에 못 이겨 꿈에 그리던 오페라 무대에 서지만 결국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고, 평범한 소시민 레오폴도(로베르토 베니니)는 영문도 모른 채 하룻밤 사이에 유명인사가 되지만 결국 평범한 소시민으로 돌아온다. 신혼부부 밀리(알레산드라 마스트로나르디)와 안토니오(알레산드로 티베리) 또한 각각 유명 영화배우와 콜걸을 만나 일탈을 경험하고 본능에 눈뜨지만 결국 사랑을 재확인한 계기가 될 뿐이다.
우디 앨런은 노련한 인생에 대한 통찰을 로마라는 도시, 그 도시가 갖고 있는 특수성과 결합하여 특유의 유머에 녹여낸다. 건축가 존(알렉 볼드윈)의 과거는 로마에서도 가장 로마스러운 곳 트라스테베레에서 잭을 통해 재현되며, 헤일리(알리슨 필)와 미켈란젤로(플라비오 파렌티)는 트레비 분수 앞에서 영화와 같은 사랑에 빠진다. 유서 깊은 로마 오페라 극장에서 격식을 엿 먹이는 기상천외한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이탈리아 통일을 기념하는 가리발디 거리와 공화국 광장에서의 파파라치-미디어의 작태와 대중의 속성, 성스러움을 상징하는 바티칸 미술관에서의 고위층과 콜걸의 관계 등은 우디 앨런이 놓칠 리 없는 최적의 조롱감이 아닐 수 없다.
우디 앨런의 전작들에 비해 그리 특별할 것 없는 관광영화에 가까운 소품이지만, 그래도 <로마 위드 러브>는 유럽에서의 영화 여정을 이어가는 우디 앨런에게 영감을 지속시키는 작품으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해낸다. 관객들 또한 극중 인물들과 함께 웃고, 후회하고, 신경질내고, 조롱하고, 포근해지기에 부족함이 없는 영화다. 여기에 로마의 관광지를 부지런히 여행할 수 있는 간접경험은 덤이다. 가벼운 영화라도 역시 우디 앨런이 만들면 무언가 특별하다.
2013년 4월 16일 화요일 |
글_서정환 기자(무비스트)
| | - | 로마 여행을 계획하거나 꿈꾸고 있던 관객이라면 사전 답사로 제격. | | - | 우디 앨런 특유의 풍자와 유머를 좋아한다면 가볍게 즐기기에 충분. | | - | 놓치면 후회할 로마 오페라 극장에서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공연 퍼포먼스. | | - | 빨간색으로 깔 맞춤한 페넬로페 누님의 육감만족 콜걸 연기. | | - | 제시 아이젠버그와 엘렌 페이지, 두 풋풋한 배우의 발랄 매력이 우디 앨런과 만났을 때. |
| | | | - | 우디 앨런의 전작들에 비해 약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 | | - | 뉴욕이 아니면 우디 앨런이 아니라는 뉴욕 예찬론자들. | | - | 로마 여행으로 관객의 마음을 현혹하고 적당히 날로 먹으려는 노련한 할아버지의 꼼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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