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트>는 평범한 파일럿이 승객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웅담이 아니다. 폐인으로 살아가는 한 남자가 자신의 추악한 이면을 고백하기까지의 이야기다. 영화는 초반부 여객기의 곡예비행과 추락 장면을 통해 볼거리를 주는가 싶더니 이내 휩의 인생으로 돌진한다. ‘거짓말을 하고 영웅으로 지낼 것인가? 아니면 진실을 밝히고 죄수가 될 것인가?’ 딜레마에 쌓인 휩은 자신만의 싸움을 계속한다. 휩의 심리적인 요동을 확연히 느낄 수 있는 건 덴젤 워싱턴의 안정된 연기 덕분이다. 그는 두 가지 갈림길에서 고뇌하는 휩의 심리 상태를 표정으로 이끌어낸다.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문제가 생기면 여지없이 술을 찾는 휩의 나약함, 청문회장에서 진실과 거짓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망설이는 모습 등은 영화의 힘을 싣는다.
<플라이트>는 <캐스트 어웨이> 이후 12년 만에 실사 영화로 돌아온 로버트 저메키스의 복귀작이다. “인간 내면의 갈등이나 극적인 드라마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내한 기자회견 때 이런 요소가 부각된 이야기를 찾아다닌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 면에서 <플라이트>는 감독이 즐겨 찾는 이야기에 적합한 작품이다. 볼거리 보다는 급변하는 인물의 심리상태에 주안점을 둔 연출력은 <캐스트 어웨이>를 방불케 한다. 한 남자의 인생 역경을 그린 <플라이트>는 다소 아카데미 시상식 맞춤 영화 같은 느낌이 다분하다. 하지만 실사 영화로 돌아온 감독의 연출력이 아직 놀슬지 않았다는 건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 감독의 실사 영화가 기다려진다.
2013년 2월 28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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