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밀하게 말하자면 이 영화에 ‘재해석’이라는 표현을 붙이는 건 적절하지 않을 듯하다. <헨젤과 그레텔 : 마녀사냥꾼>이 옛이야기에서 끌어온 건 최소한의 설정이다. 동화가 지닌 원형적인 상징을 찾아내고, 그 틈바구니를 비틀어 여는 신화학적 해석, 혹은 중세의 고딕적 공포를 구현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실상 이 영화의 체질은 중세판 퓨전 좀비 액션에 가깝다. <반 헬싱>이나 <블레이드> 류의 뱀파이어 액션과 비교되는 이유다. 사실 이런 식의 리메이크는 할리우드에서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인데, 이는 어쩌면 할리우드의 소재 고갈을 입증하는 하나의 사례인지도 모르겠다.
시대적 배경은 중세지만, 이 영화는 고증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등장인물들의 복장과 무기는 대놓고 뒤죽박죽이고 시대착오적이다. 회전식 기관포와 전기충격기까지 등장한다. 액션은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딱 성인용 오락물답다. 콘셉트는 잔혹 액션으로, 시종일관 머리와 팔다리가 날아가고 몸이 터지고 내장이 쏟아진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B급 좀비영화를 배경만 옮겨서 좀 더 세련되게 변주한 모양새다. 토미 위르콜라 감독은 2009년 부천국제영화제에서 <데드 스노우>라는 해괴한 나치 좀비물을 선보인 바 있는데, 그런 점을 감안하면 <헨젤과 그레텔 : 마녀사냥꾼>으로 할리우드의 부름을 받은 건 퍽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피보라가 날리는 빈도에 비해 불쾌감이나 공포지수는 의외로 덜한 편이다. 근접전과 육탄전 위주의 액션 자체가 워낙 시원스럽고 간결하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그레텔 역의 젬마 아터튼의 몸놀림은 인상적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종종 거슬리곤 했던 여배우들의 어설픈 액션을 지워버리고도 남는다. <헨젤과 그레텔 : 마녀사냥꾼>은 전체적으로 액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영화이고, 그 액션은 3D와의 결합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 외의 거추장스러운 장식물이나 트릭은 처음부터 배제된 채, 84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전부가 액션의 쾌감을 위해 기능한다.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지루할 것도 없는, 아무 생각 없이 단순하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다.
2013년 2월 14일 목요일 | 글_최승우 월간 PAPER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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