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멜로 영화에도 힐링이 필요한 시대인가 보다. 마음 속 아픔을 갖고 있는 두 남녀가 만나 상처를 치유한다는 내용인 <반창꼬>는 멜로인 동시에 힐링 영화다. 감독은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강일과 미수를 통해 사랑이란 힐링을 전한다. 강일은 아내를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잊기 위해 위험천만한 사건 현장에서 몸을 던진다. 미수도 오진으로 인한 자신의 과오에서 벗어나기 위해 숨이 끊어진 환자에게 쉼 없이 인공호흡을 한다. 강일과 미수는 숨겨왔던 아픔을 듣게 되고 각자의 상처를 보듬어 준다. 이들의 사랑은 헛헛한 마음을 채워주는 한 잔의 술이자, 상처가 아물도록 붙이는 반창꼬인 셈이다.
영화는 로맨틱코미디와 멜로드라마를 이어붙인 것처럼 전·후반부의 양상이 다르다. 서로 상반된 이야기는 극명한 온도차를 보여주지만 두 배우의 호연으로 자연스러운 흐름을 이어나간다. 서스름없이 ‘욕지거리’를 하다가도 여린 모습을 보여주는 한효주, 그녀와 기싸움을 벌이면서도 모성본능을 일으키는 고수는 영화에서 적절한 균형을 이룬다.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며 이루는 이들의 감정적 소통은 두 배우를 통해 더 깊이 전해진다.
영화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이야기를 그린다. <반창꼬>에서 중요한 건 이 뻔한 이야기에 얼마나 진한 감정을 실어 담느냐다. 이 부분에서 영화는 단점을 노출한다. 감독은 강일과 미수를 비롯해 주변 인물들의 아픔까지 모두 보여준다. 많은 에피소드를 끌어안은 영화는 자연스럽게 러닝타임이 길어져 지루함을 안긴다. 사건 현장도 빈번해 생과 사를 넘나드는 순간의 긴장감이 결여된다. 켜켜이 쌓아올렸던 감정은 후반부로 갈수록 힘을 잃는다. 편집의 묘가 아쉽다.
2012년 12월 18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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