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인연은 남자친구의 마음을 돌려 볼 요량으로 폰섹스를 시도한 윤정의 전화가 남자친구가 아닌 현승에게로 향하면서 시작된다. 잘못 건, 전화 한통. 이때부터 윤정과 현승에게로 <유브 갓 메일>의 맥 라이언과 톰 행크스가 빙의된다. 상대가 자신의 정체를 모른다는 익명성을 이용해 편하게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하는 두 사람. 그런데 듣다 보니 상대의 처지가 나처럼 안타깝기 그지없다. 서로를 위로하며 윤정과 현승은 가까워진다.
<나의 PS 파트너>의 PS는 ‘폰섹스’의 약자다. 하지만 PS가 영화 속에서 하는 역할은 그리 크지 않다. 엄밀히 따지면, PS는 두 주인공의 극적인 만남을 위한 도구에 가깝다.(영화 외적으로 보면, 관객의 흥미를 끄는 요소로도 기능한다.) ‘폰섹스’라는 소재와, 19세 관람가에 합당한 신소율의 노출, 그리고 발칙한 대사를 빼면 이 영화는 멜로드라마의 문법을 착실하게 따른다. 서로를 위로해 주던 남녀가 서서히 사랑에 빠지고, 괜한 오해로 갈등을 겪다가 종국엔 사랑에 골인한다는 이야기. 신선한 설정은 아니다.
결국 <나의 PS 파트너>는 질펀한 성적 농담으로 한국영화의 새로운 19금 장르를 개척해 보겠다는 도전의식의 발현이라기보다는 대중적인 보편성에 호소하는 영화라 보는 게 맞다. 비판이 아니다. <나의 PS 파트너>는 적어도 대중이 어떤 걸 원하는지 정도는 영리하게 꿰뚫고 있는 영화이니 말이다. 즉, 야심이 큰 영화는 아니지만 관객이 로맨틱 코미디에서 기대하는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킨다.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여전히 몇몇 설정은 오글거리고 결말은 관습적인 감이 있다. 조금 더 과감하게 소재를 밀어붙였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마지막까지 페이스를 잃지 않고 달린다. 용두사미에 그친 영화들에 실망했던 수많은 과거를 떠올려보면, 무난한 결말이다. 적어도 이 영화는 지루함을 안기지는 않는다.
로맨틱 코미디는 두 남녀 주인공의 호흡이 중요한 장르다. 그랬을 때 지성과 김아중의 화학작용은 안정적이다. <미녀는 괴로워>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 온 김아중은 다시금 로맨틱 코미디에 어울리는 얼굴임을 증명한다. 드라마에 주력해 온 지성 역시 성공적인 외도를 보여준다. 로맨스와 코미디도 잘 조율된 편이다. 특히 지성의 친구로 나오는 김성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김성오가 구사하는 코미디의 웃음 타율이 제법 높다. 영화가 느끼해 질 수 있는 위기의 순간마다 고춧가루를 뿌려주는 역할을 한달까.
2012년 12월 8일 토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