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는 거스를 통해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지침서다. 거스는 노장이다. 이젠 시력이 나빠 선수들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한다. 하지만 스카우터로 쌓은 그만의 노하우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청력이다. 공이 배트에 닿는 순간 타자가 어떤 구종에 강점이 있는지, 타구는 어느 방향으로 날아가는지를 예측한다. 컴퓨터로 산출한 데이터 보다 확실하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살려는 듯 거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강한 의지를 불태운다. 감독은 중요한 시합에 노장 투수를 선발로 기용하는 것처럼, 거스를 인생이란 마운드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빠르지 않지만 정확한 판단으로 스카우팅 하는 그를 보여준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을 몸소 보여주듯 거스의 모습은 묘한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지침서에 영향을 받는 건 오로지 승진을 위해 일만하는 미키, 어깨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고 스카우터의 삶을 시작하려는 조니(저스틴 팀버레이크)다. 인생의 전환점에 서 있는 둘은 거스를 지켜보면서 잃어버렸던 삶의 동력을 다시 얻는다. 자신이 하고 있던 일에 실패했을 때 좌절하지 말고 또 다른 삶의 방법을 배우라는 교훈은 그들을 새로운 인생으로 이끈다. 거스 또한 딸과의 화해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영화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그랜 토리노> 이후 4년 만에 배우로 복귀한 작품인 동시에,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작품을 제작했던 로버트 로렌즈의 첫 연출작이다. 감독과 배우로 만난 이들의 결과물은 <그랜 토리노>와 비교했을 때 완성도가 떨어진다. 주제 전달, 인물들과의 관계 설정, 급하게 봉합하는 이야기 등 연출의 미흡함이 노출된다. 그럼에도 영화에 마음이 가는 건 단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연기 덕분이다. 그는 친근한 구석 하나 없는 옹고집 노인을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많은 대사 없이 움푹 페인 주름살과 미간을 찌푸린 표정만으로도 거스가 살아온 인생을 나타낸다. 말은 거칠지만 자신이 영입한 선수를 챙기거나 딸을 보살피는 모습에서는 아버지의 따뜻한 정도 느껴진다. 무엇보다 스크린을 통해 그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화의 재미다. 노장은 죽지 않았다.
2012년 11월 28일 수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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