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산 웨이브 단발머리, 아무렇게나 기른 콧수염, 귀엽게 나온 아랫배, 어쩐지 선한 눈매의 소유자. 네드(폴 러드)는 법 없이도 살 사람 같지만 초장부터 전과자가 된다. 우울해 보이는 경찰에게 대마초를 팔았다 현장에서 걸려든 보기 드문 전과다. 제복 경찰에게 대마초를 내밀다니, 네드는 순수하다 못해 모자란 건가. 오갈 데 없는 네드를 울며 겨자 먹기로 자매들이 떠맡는다. 가만히 있어도 짐짝이나 다름없지만 고요한 일상에 자꾸 파문을 일으킨다. 민폐가 따로 없다. 분수에 맞지 않게 낙천적인 이 남자, 어떡하지 너.
자기 앞가림도 못 하면서 오지랖은 넓은 네드의 출현으로 자매들의 일상에 위험 경보가 켜진다. 첫째 형부는 바람피우다 딱 걸리고 조카는 'Kun Gek Do'(태권도도 합기도도 아닌 종합무술)에 빠져들며 막내 미란다는 외도에 임신까지 탄로나 애인과 갈라서기 직전이다. 똑 소리나는 둘째 미란다는 네드 폭풍을 피해가나 했더니 그 역시 회사에서 퇴출 위기다. 이 모든 결과는 네드의 출현 탓이다. 책상 위 먼지나 창고 짐짝 정도로 여겼던 네드가 핵폭탄으로 변한 순간 자매들은 폭발한다. 진실을 선의의 거짓말로 포장하고 보기 좋게 꾸며대는 능력이 없다는 건 삶을 참 불편하게 만든다.
하지만 불편한 진실은 달콤한 거짓보다 옳다. <아워 이디엇 브라더>는 모자라다고 여길 만큼 낙천적이고 순진한 네드 캐릭터로 차도남, 차도녀의 빈틈없는 틈바구니에 꽃을 피운다. 네드는 손해 보면 지는 것이고 큰 소리 쳐야 이득을 본다고 배워온 현대 사회 생존 법칙에는 어긋난 열성인자다. 그래서 우성들만 득시글한 정 없는 세상에서 유독 빛난다. <아이 러브 유, 맨>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사고 친 후에> 등 화장실 코미디와 남자형 로맨틱 코미디가 결합한 이쪽 장르에서 폴 러드는 빠질 수 없는 감초다. 그간 우유부단하고 주위에 휘둘리는 훈남이나 뒤끝작렬 소심남을 맡아온 폴 러드에게 네드는 최적화된 캐릭터다.
<아워 이디엇 브라더>는 포근한 내용에 뮤직 드라마 같은 앙증맞은 형식이 결합한다. 배경음악을 넘어선 음악은 중요한 지점에서 에릭 존슨, 윌리 넬슨, 캐롤 킹의 컨트리 음악과 가사로 말하지 못 한 대사와 감정들을 대신한다. 절묘한 선곡 타이밍은 때로는 농담 같다(주인공이 애지중지하는 개 이름도 윌리 넬슨이다. 우리식이라면 나훈아, 설운도 정도). 재미있는 사실은 감독 제시 페레츠와 각본가 예브게니아 페레츠가 남매라는 것이다. 오빠와 여동생, 처남까지 진짜 가족이 만든 가족 영화다. 신랄하진 않지만 사랑스럽다.
2012년 11월 27일 화요일 | 글_프리랜서 양현주(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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