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습한 저택을 배경으로 한 <살인 소설>은 살인 사건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공포감을 주입한다. 구성은 종래의 호러 장르에서 봤었던 소재와 관습들을 활용하는 편이다. 새로울 건 없다. 하지만 고루하지는 않다. 영화는 말초적 신경을 자극하는 영상과 심적 공포감을 지능적으로 혼합한다. 이를 가능하게 만든 건 8㎜ 필름 활용한 구성에 있다. 8㎜ 필름은 핏빛 공포를 체감케 하는 유일한 통로다. 감독은 잔혹한 영상을 본 후 점점 미쳐가는 앨리슨을 통해 심적 공포감을 자연스럽게 조성한다.
스콧 데릭슨 감독은(<지구가 멈추는 날>을 제외하면) <헬레이져 5>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 등 주로 호러 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그동안 쌓아온 호러 영화 노하우를 한껏 발휘한다. 섬뜩한 찰나를 절묘하게 배치하면서 이야기 흐름을 긴장감 있게 유도한 그의 연출력이 이를 증명한다. 묵직한 한 방을 선사하는 반전 또한 깔끔한 편이다. 공포의 집에서 살인소설을 써야만 하는 앨리슨의 동기부여나 스릴러에서 오컬트적인 분위기로 넘어가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불충분해 개연성이 떨어지기는 한다. 하지만 점층적으로 쌓여지는 공포감을 저해할 정도는 아니다. 기발한 구성 능력은 몰입도가 떨어지는 후반부의 단점을 메운다. 기발한 구성과 호러 장르에 대한 감독의 애정이 합쳐져 완성된 공포 세계, 새롭진 않지만 즐기기에 무난하다.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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