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언제든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비정함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김문흠 감독의 말처럼, <비정한 도시>는 평범한 사람들이 돈이라는 먹이사슬에 묶이면서 악인이 되어가는 비극을 다룬다. 돈 때문에 서로를 미워하고, 협박하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하는 행태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직시하게 만든다. 장기매매, 악덕 사채, 자살, 집단 따돌림 등 사회적 문제 등도 도시의 비정함을 부각시킨다.
<비정한 도시>의 주제는 사뭇 진지하다. 하지만 주제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문제점이 야기된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영화는 인물과 사건의 인과관계가 조밀하게 엮어있어야 함에도 이를 간과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사건의 연결지점이 매끄럽지 못하다보니 인물들의 이야기가 좀처럼 규합이 안 된다. 후반부 평범한 이들이 점차 악인이 되어가는 모습에도 개연성이 떨어져 공감대를 찾아보기 힘들다. 여기에 느와르였다가 코미디로 전환되고, 급기야 에로까지 다양한 장르가 혼합되어, 영화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다양한 사회문제를 2시간 안에 집약시키려 했던 감독의 과욕이 화를 불렀다.
2012년 10월 26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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