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허름한 민박집, 순영(김새론)과 순자(김아론) 자매는 장애인 아빠와 산다. 가족이라고 하기엔 악행만 일삼는 작은 아빠 망택(이천희)도 있다. 순영은 학교 수업 시간마다 핸드폰 고리를 만들어 빈한한 살림에 보탠다. 어린 동생 순자는 구질구질한 이 집도 가족도 싫다. 기생충처럼 이 가족에게 빌붙어 사는 망택은 어느 날 미국인 스티브와 그의 딸 바비를 데려온다. 없는 살림에 입 하나 덜겠다는 목적이라지만 의도가 수상하다. 순영이 입양을 가도록 지목되지만 동생 순자는 자신을 데려가 달라 애원한다.
<바비>의 배경은 우중충한 분위기에 인적도 드문 바닷가다. 김기덕의 <파란 대문>에나 나올 법한 그런 음습한 바다다. 세 식구는 가구라곤 고작 세탁기, 라디오가 전부인 집구석에서 살아간다. 지금 이 곳이 케이팝과 한류의 나라 한국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영화의 배경은 축축하다. 매스컴은 영광의 빛만 쫓아 비추지만 여전히 입양 수출대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나라, 곤혹스럽지만 그 틈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순자, 순영, 바비라는 세 어린 아이들의 눈과 입으로 그려지는 대화는 또래다운 동경, 우정, 질투로 감정을 증폭시킨다. 이들 주변 망택과 스티브가 보여주는 어른들의 세계는 피와 살로 벼려낸 돈 거래가 오간다. 그 사이에서 스스로 욕망을 움지이는 순자는 무서운 집념으로 어른의 욕망을 쫓아간다.
이 하드코어적 주제가 서정적으로 그려지는 건 아이들의 존재 때문이다. 일그러진 진실이 차단된 채 질투와 욕망을 오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서글픈 동화를 만든다. 강도 높은 성적 수위와 폭력성에만 몸을 담그던 이상우 감독은 <바비>를 통해 자기 세계의 외연을 넓히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극성 강한 소재로 휘몰아치던 전반부와 달리 오롯이 신파를 동력으로 삼는 후반부의 힘은 처진다. 돈을 매개로 엇갈리는 두 자매의 잔혹 동화는 문제를 던지지만 가슴을 흔들지는 못하는 이유다. 다만 오프닝과 엔딩으로 연결되는 공항 컨테이너 벨트는 씁쓸하고 묘한 앙금을 남긴다. 작위적인 신파와 투박한 날것의 감성이다.
2012년 10월 23일 화요일 | 글_프리랜서 양현주(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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