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 다이어리>는 ‘곤조 저널리즘(기자가 자신의 기사의 중심인물이 될 정도로 사건의 중심에 깊숙하게 관여하는 스타일의 저널리즘)’의 창시자 헌터 S. 톰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그가 푸에르토리코 산 후안에서 기자 생활을 했던 경험을 옮긴 작품이다. 이 소설을 영화로 제작한 이는 다름 아닌 조니 뎁이다. 톰슨과 절친이었던 조니 뎁은 1998년 이 소설을 발견하자마자 영화화를 결정했고, 14년 만에 자신의 제작사 창립 작품으로 내놓았다. 영화는 헌터 S. 톰슨(2005년 사망)에게 바치는 조니 뎁의 마지막 선물이자 우정의 산물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우정의 결과물은 썩 좋지 못하다. 영화는 원작과 동일하게 돈, 여자, 술만 좋아하던 켐프가 사회의 어두운 면을 마주하게 된 후 진정한 글을 쓰게 되는 과정을 다룬다. 하지만 마치 술독에 빠진 것처럼 이야기의 중심이 흔들린다. 켐프는 술에 취한 나머지 샌더슨과의 어두운 거래도, 셔널과의 연애도, 심지어 쓰러져가는 신문사를 살려보겠다는 의지도 확실한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 저널리스트로서, 한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켐프의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켐프가 깨달음을 얻고 훌륭한 소설가가 됐다는 끝맺음은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제작자로서 첫 발을 내딛은 조니 뎁에게 <럼 다이어리>는 숙취의 고통만을 남길 것 같다.
2012년 9월 21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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