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 여자들이 싫어하는 군대 이야기다. <미운 오리 새끼>는 곽경택 감독의 방위 생활을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다. 하지만 병영생활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즐겨 볼 수 있는 재미가 여러 곳에 포진돼 있다. 상관의 눈을 피해 6시 정각 퇴근 작전을 수행하거나, 대대장과 바둑을 둘 때 일부러 지기 위한 묘수를 펼치는 등 방위들의 병영생활이 실소를 터뜨린다. 오랜만에 자신의 경험담을 끄집어 낸 감독의 이야기가 친근한 매력을 발산한다.
<미운 오리 새끼>가 깨알 같은 재미만 주는 건 아니다. 1987년 어두웠던 사회상을 그리면서 당시 핍박받던 사람들의 모습을 낙만을 통해 반영한다. 권력 체계에서 가장 밑바닥에 자리한 낙만은 군대 간부와 헌병에게 매번 무시와 폭력을 당한다. 그는 자신이 받은 수모를 영창 수감자들에게 고스란히 되갚는다. 이를 통해 감독은 폭력이 자행되고 악순환 됐던 그 시절을 소환한다. 또한 긴 터널을 벗어나 희망을 꿈꾸는 낙만을 보여주며, 자신을 ‘미운 오리 새끼’라 여기는 청춘들에게 위안과 힘을 전한다.
<미운 오리 새끼>는 <억수탕> <똥개> 등 유쾌한 이야기와 함께 사회를 풍자했던 감독의 초기 작품들과 유사하다. 당시의 열정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기교 없는 신인 배우들의 연기는, 투박하지만 정감 있는 연출력과 잘 융합되어 시너지 효과를 낸다. 초심으로 돌아온 곽경택 감독의 영화에 관객의 응답이 궁금할 뿐이다.
2012년 8월 27일 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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