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드 플로르>는 소울 메이트와 운명이라는 두 개의 단어를 하나로 결합하는 영화다. 전혀 다른 시공간에서 펼쳐지는 세 남녀의 사랑은 독립된 옴니버스가 아니다. 나란히 교차되거나 플래시백으로 나열되면서 관객에게 연결점을 찾으라고 종용한다. 퍼즐처럼 날아드는 이야기와 인물들의 비밀은 극적인 반전으로 마지막 퍼즐을 완성시킨다. 사랑과 운명을 동양적인 관점에서 풀어내는 해답이 서구 문화권에서는 분명 신선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도플갱어와 운명이라는 소재 탓에 키에슬롭스키의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을 비교하기도 하지만, <번지점프를 하다>나 <옴 샨티 옴> 등의 영화들이 <카페 드 플로르>와 더 가까이 있다.
캐나다 감독 장 마크 발레의 <크.레.이.지> <영 빅토리아> 등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영화 또한 음악적 서사가 드라마를 앞서갈 정도로. 음악이 강력하다. 영화 제목인 매튜 허버트의 '카페 드 플로르'와 더불어 핑크 플로이드, 시규어 로스, 더 큐어 등의 음악이 각 주인공들의 테마곡으로 드라마와 결합한다. 여기에 감독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몽환적이고도 감각적인 영상이 어우러진다. 극적인 해소로 밝혀지는 결말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반복되는 인물들의 일상이 느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반복에는 이유가 있고, 그렇기에 반전이 유효한 영화다. 비밀을 내포한 영화를 다룰 때는 더욱 신중해지는 법이지만, 재클린 역의 바네사 파라디가 보여주는 애처롭고도 강인한 모성애는 짚어줘야겠다.
2012년 7월 18일 수요일 | 글_프리랜서 양현주(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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