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니 뭐니 해도 <더 레이븐>이 흥미로운 점은 추리 소설의 대부라 불리는 에드가 앨런 포가 직접 살인범을 추적한다는 설정이다. 희생자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살인범을 추적하는 그의 모습은 여느 추리 영화의 주인공과 다를 바 없다. 다만 자신의 소설을 바탕으로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예상하고, 펜이 아닌 총을 든 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추리 소설가의 면모와는 사뭇 다르다. 여기에 포의 대표작인 <모르그가의 살인>을 비롯한 6편의 단편 소설이 영상으로 옮겨지면서 보는 재미를 한층 높인다.
하지만 영화는 사건을 풀어가는 재미보다 포의 심리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 자신의 소설 때문에 사람들이 위험에 처하자, 이에 중압감에 시달리는 모습은 빈번하게 등장한다. 이는 여타 추리 영화와의 차별성으로서 받아들여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기운이 너무 강하다는 게 흠. 포는 사건에 집중할수록 정신착란 환자처럼 보인다. 우울증과 아편 복용, 이로 인한 정신착란으로 죽음에 이른 그의 실제 삶을 대입해 설정한 상황이지만 결과적으로 영화에 해가 된다. 셜록의 파트너 왓슨처럼 포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필즈 또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두 인물의 시너지 효과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에드가 앨런 포의 작품들이 영화로 재탄생했다는 것에만 만족해야 할 듯하다.
2012년 7월 5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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