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급 공무원>을 기억하는 관객들에게 신태라 감독과 강지환이 다시 만남 <차형사>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영화다. <미스 & 미세스 스미스>를 살짝 비튼 <7급 공무원>의 공식은 이번에도 유효하다. <미스 에이전트>가 <미스 & 미세스 스미스>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았다. 여러모로 눈길이 가는 <차형사>. 그러나 아쉽게도 결과는 미진하다. 기대 없이 찾은 관객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전작을 떠올리는 이들이라면 실망이라는 두 글자를 받아들 공산이 크다. <7급 공무원>의 웃음 타율이 워낙 좋았던 탓도 있지만, 이야기를 끌어나가고 캐릭터를 소비하는 방식에 탄력이 떨어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무엇보다 웃음에 대한 강박이 아쉽다.
<차형사>는 ‘D라인’에 위생불량 차철수 형사(강지환)가 마약사건 해결을 위해 패션모델로 신분 위장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차형사의 변신 전후가 영화의 포인트다. 하지만 차형사는 <미녀는 괴로워>의 한나(김아중)처럼 바뀐 외모에 낯설어하지도, <미스 에이전트>의 그레이시(산드라 블록)처럼 위장 진입한 신세계에 우왕좌왕하지도 않는다. 영화는 기본 설정에서 솟아날 수 있는 여러 가지 패들을 일찌감치 포기한 채, 배우 강지환의 매끈해진 복근을 담는데 신경 쓴 인상이다. 차형사가 변신한 후에도 영화는 사건 해결에 접근하기보다 단발적인 웃음과 자극적인 행동을 되풀이한다. 유머의 양 늘리기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웃음의 크기는 전과 같지 않다.
영화가 활용해내지 못한 또 하나의 패는 실제 모델이기도 한 세 명의 배우다. 이수혁, 김영광, 신민철. 영화판에서는 신인일지 몰라도, 패션계에서는 잘 알려진 인물들이다. <차형사>가 타깃으로 잡은 젊은 여성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일 이들의 능력을 영화는 30%밖에 소비하지 않는다. 차형사와 이들의 관계를 조금 더 긴밀하게 엮었더라도, 스토리 전개가 보다 유연했을 것이다.
영화에서 단연 돋보이는 건, 강지환이다. 몸무게를 12kg 찌울 정도로 차형사에 공들인 그는 망가지는 것도 두려워 않는다. 이 배우가 들인 노력이 어렵지 않게 감지된다. 하지만 결과라는 게, 꼭 노력에 정비례하는 건 아니다. 서글프지만 그게 현실이다. 그의 액션을 능수능란하게 받아내고 증폭시켜줄 상대 배우가 없었음이 그래서 더 아쉽다. <7급 공무원>의 국정원 팀장 원석(류승룡)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2012년 6월 1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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