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인저러스 메소드>는 융과 프로이트의 개인사를 다룬 작품이다. 이들의 이야기가 영화로 펼쳐진다는 점은 평소 두 인물의 관계에 관심을 갖고 있던 이들에게 분명 매력적인 요소다. 더불어 영화가 관심을 모은 건 바로 데이빗 크로넨버그가 연출을 맡았기 때문. <크래쉬> <폭력의 역사> 등 인간의 무의식에 감춰진 욕망을 다뤄왔던 감독이 심리학계의 두 거장을 그린다는 점은 흥미로운 구석이다.
영화는 이들이 일궈낸 업적에 대해서는 그리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대신 존경과 우정으로 똘똘 뭉친 융과 프로이트가 왜 다른 길을 가게 됐는지, 융과 슈필라인이 어떻게 사랑에 빠졌고, 이별하게 됐는지 집중 조망한다. 하지만 감독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이야기의 허점이 노출된다. 무엇보다 융과 프로이트, 그리고 슈필라인의 갈등 관계가 취약하다. 융과 슈필라인의 사랑은 좀처럼 느껴지지 않고, 융과 프로이트의 보이지 않는 싸움 또한 긴장감이 결여되어 있다. 파격적인 결말이나 강한 인상을 남기는 이미지 또한 실종된다. 자막으로 훗날 이들의 엇갈린 운명을 소개하지만 파급력은 적다. 심리학계의 한 획을 그은 세 인물을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해야 할 듯싶다.
2012년 5월 10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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