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을 기다리는 남자’라는 뜻의 <간기남>은 에로틱 스릴러 장르를 표방하는 작품이다. 에로틱 스릴러의 단골손님인 팜므파탈과 의문의 살인사건, 그리고 농도 짙은 베드신 등이 영화에 모두 등장한다. 유독 밤씬이, 그것도 비가 내리는 장면이 많은 것도 장르적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장치다. 배우들도 영화의 분위기에 걸맞게 연기한다. 박희순은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면서 수진의 유혹에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박시연은 육감적이면서 비밀을 간직한 팜므파탈의 이중적인 모습을 잘 드러낸다. 코믹함을 담당하는 김정태, 이한위도 맡은바 임무를 충실히 해낸다.
문제는 이들의 조합이다. <간기남>은 좋은 재료를 갖고도 맛깔 나는 음식을 만들지 못하는 것처럼 각 장점들을 자연스럽게 혼합하지 못한다. 원인은 에로틱 스릴러와 코미디의 결합. 영화는 선우를 주축으로 수진과는 에로틱 스릴러의 매력을, 동료 형사들과는 코미디의 매력을 발산한다. 하지만 두 장르는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못한다. 마치 한 영화에 병합되지 못한 두 가지 영화가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감독은 할리우드 에로틱 스릴러 영화와 차별성을 두기 위해 코미디를 끌어왔다고 하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여기에 필요 이상으로 긴 러닝타임은 극의 긴장감을 떨어뜨려, 사건의 비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지 못한다. 2시간동안 관객을 유혹하기에는 힘들어 보인다.
2012년 4월 10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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