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굳이 3D로 재개봉할 필요가 있을까. 영화를 보고 오판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명작은 시간이 흘러도 시들지 않음을 증명하는 영화다. 무릇 훌륭한 텍스트란 해석의 여지가 다양한 것이라 믿는다. <타이타닉>이 그렇다. 사랑을 갓 시작한 이들이라면, 가난한 화가 도슨(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몰락한 귀족 로즈(케이트 윈슬렛)의 사랑에 마음이 움직일 거다. 누군가에게는 절대로 침몰하지 않을 것이라 호언장담한 승무원들의 교만함이 가장 인상적일 수 있다. 어쩌면 그 날 타이타닉을 침몰시킨 건 빙산이 아니라 인간의 오만이었으니까.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이 먼저 다가갈지 모르겠다.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며 죽음을 맞이하는 선장, 아수라장 속에서도 침착하게 음악을 연주하는 악사들. 그 와중에 자기만 살겠다고 아귀다툼을 벌이는 사람도 있다. <타이타닉>에는 그렇게 다양한 인간 군상이 탑승해 있다.
3D효과는 굉장히 안정적이다. 기존 3D 컨버팅 영화들과 비교하면 더욱 그러하다.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투자된 결과다. <타이타닉> 컨버팅에 걸린 시간은 무려 5년. 비용도 우리 돈으로 200억 원이나 쓰였다. 보통의 영화 몇 편을 합친것과 맞먹는 규모다. 하지만 3D 완성도의 기준을 입체감에 한정해서 평가하는 관객이라면 3D 효과가 성에 안 찰 수 있다. 제임스 카메론이 밝혔듯 <타이타닉>에서 3D는 역동적인 액션을 강조하기 위함이 아닌, 감정적인 면을 풍부하게 하기 위해 사용됐기 때문이다.
기술 향상은 3D에서만 이루어진 게 아니다. 2D도 전보다 진일보했다. 35㎜필름이 디지털 마스터 필름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화질이 굉장히 깨끗해졌다. 사운드 역시 보강됐다. 출렁거리는 파도소리, 승객들의 비명소리, 배가 두 동강 나는 순간의 굉음 모두가 생생하다. 이 모든 걸 경험하고 싶다면, <타이타닉>에 탑승하길 권한다. 이미 봤다고 해도 상관없다. 줄거리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 졸이며 보게 되는 영화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15년이 지났지만 전혀 녹슬지 않았다. 다시 탑승하시라!
2012년 4월 6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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