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나 다를까 <코난 : 암흑의 시대>의 3D 기술은 낙제수준이다. 무엇보다 영화는 3D전락을 구사한 이유에 대해서, 끝끝내 증명하지 못한다. 지나치게 어두운 화면은 러닝 타임을 배로 느껴지게 만들 뿐이다. 입체감도 놀이동산 수준인데, ‘들어갈 때 들어가고 나올 때 나오는’ 게 아니라 그냥 아무데나 3D 효과를 구겨 놓은 기분이다. 심지어 3D 안경을 벗고 봐도 자막 읽기가 살짝 불편할 뿐, 감상에 치명적이지 않다. (실제로 필자는 중간에 3D 안경을 아예 벗고 봤다.) 이 영화에 쓰인 3D 효과는 많아야 30%쯤 될까. 완성도를 오히려 죽이는 3D를 효과를 보여주면서 일반 티켓 값보다 많은 금액을 요구하는 건, 어쩐지 사기 같다.
이야기에서 미덕을 찾아보려 했으나 이 역시 여의치 않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악당 키라 짐(스티브 랭)에게 아버지를 잃은 코난(제이슨 모모아)이 복수에 나선다는 이야기다. 여행 중에 만나는 절세 미녀(레이철 니콜스)와의 정분도 빠지면 섭섭하겠지.
영화는 아놀드 슈왈제네거에게 출세작인 <코난>(1981년)을 리메이크 했다. 리메이크라고 하지만, 엄밀히 말해 <코난>의 원작인 로버트 E.하워드의 ‘코난’ 시리즈를 더 충실히 교본으로 삼았다. 원작이 쓰여지기 시작한 건, 1930년대. 원작과 2011년 제작된 이 영화 사이엔 큰 시간의 간극이 존재하지만 제작진은 거기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80년도 더 지난 원작을 별다른 전략 없이 가져와 별다른 고민 없이 풀어냈다. 이야기 골격은 뻔하고, 주제는 식상하다. 애당초 이 영화가 노린 건 화려한 비주얼(남자 주인공의 근육질 몸매를 포함)일 텐데, 이는 앞에서도 말했듯 3D 효과에 발목 잡혀 버렸다. ‘여성관객이 감상하기 힘든 가학적인 쾌감이 있다’는 일부의 평가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못하겠다. 이 정도가 잔인하다고? 요즘 여성 관객을 얕잡아 보는 건 아닌지. 한마디로 쾌감도 재미도 전략도 뭐 하나 크게 충족되는 게 없는 영화다. 난감하다.
2012년 4월 4일 수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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