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인생은 취향부터 확고하게 다르다. 필립(프랑수아 클루제)은 쇼팽, 슈베르트, 베를리오즈와 친하고 드리스(오마 사이)는 졸리는 음악은 당최 모르겠고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가 최고라 자부하는 남자다. 4만 유로짜리 거액의 미술작품을 보고 코피를 쏟아놓은 것 같다고 평하는 남자이니 할 말 다 했다. 하지만 필립은 주변 눈치 따위 보지 않는 드리스의 모습에서 생명력을 찾는다. 울려대는 핸드폰을 스스럼없이 건넨다거나(필립은 받지 못 한다) 휠체어에 앉아있는 그에게 그냥 앉아 있으라고 말하는 드리스에게서 편안함을 느낀다. 사지가 마비된 백인 남자와 얼핏 봐도 빈민가 출신인 흑인이 마세라티에 동승하고 스피드를 즐기는 첫 장면, 두 남자의 합동작전으로 경찰을 시원하게 따돌리는 오프닝에서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Earth Wind And Fire)’의 ‘셉템버(September)’가 울려 퍼진다. 이 순간 밀려드는 상쾌함은 영화가 지향하는 태도다.
영화는 시종일관 삶을 긍정하는 목소리로 장애도 불행도 모두 콧노래로 날려버린다. 대저택 안에서 갇혀 사는 언터처블과 뒷골목에서 소외된 채 살아온 언터처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과 접촉하지 못했던 두 남자가 만나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이 계급도 재력도 지적 수준도 전혀 다른 두 사람 속에서 드라마가 피어난다. 영화는 극적인 사건 없이 흘러간다. 과도한 기승전결이 등장하지 않아도 이야기는 유려하다. 현대사회 계급도의 양극단에 살고 있는 두 사람이 만나면서 자연스레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들이 피어나기 때문이다. 오페라에 등장한 주인공을 보고 박장대소를 터뜨린다거나 격식을 갖춘 필립의 생일에 ‘부기 원더랜드(Boogie Wonderland)’를 아이팟으로 틀어대며 다 같이 어우러지는 장면은 판타지라고 느껴질 만큼 유쾌하다.
유사한 상황에 처한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묵직한 드라마 <잠수종과 나비>가 떠오르지만 전혀 다른 화법으로 삶에 대한 희망을 말한다. 눈물이나 격한 배경음악을 깔며 덜 익은 감동을 주입하고 불행을 곱씹지 않는다. 사지마비는 자살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얘기를 농담처럼 주고받을 뿐이다. 실화인 덕에 고통도 웃음과 섞여 일상의 연장선 속에서 함께 한다는 태도다. 영화는 과한 연출을 가하지 않고 시종일관 풍부한 유머를 곁들여 마음을 움직인다. 개봉 당시 프랑스 10주 연속 박스오피스를 기록했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봐도 취향에 구애받지 않는 드라마다.
P.S. 마지막 에필로그에 슬며시 등장하는 실제인물들의 모습 또한 놓치지 말자. 시각적인 대비를 위해 실제주인공을 아랍인에서 흑인으로 대체했다.
2012년 3월 22일 목요일 | 글_프리랜서 양현주(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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