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은 슈지를 통해 거대 자본의 위협에 몰린 예술영화의 본 모습을 드러낸다. 장르 영화 위주로 상영되는 멀티플렉스 극장으로 인해 독립영화나 예술영화가 설 곳 없는 상황. 슈지는 길거리에서 “영화는 매춘이 아니다. 영화는 예술이다”라는 말로 현실을 비판한다. 또한 극장이 아닌 집에서 여는 정기 상영회를 통해 예술영화가 죽지 않았음을 몸소 보여준다.
자본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예술영화처럼 인간 샌드백이 된 슈지도 만신창이가 되어 간다. 그런 그를 버티게 하는 힘은 바로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들이다. 아미르 나데리 감독은 영화에 대한 애정이야말로 이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힘이라고 말한다.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장면은 연속해서 100대의 주먹을 맞아야 하는 슈지가 100편의 걸작과 감독을 생각하며 버텨내는 순간이다. <수색자> <시민케인> <현기증> <홍등> <무셰트> 등 한 대씩 맞을 때마다 자막으로 표시되는 영화 제목과 감독은 예술영화에 대한 슈지의 무한한 애정을 나타낸다.
하지만 예술영화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관객들에게 매력 있는 작품이 될지는 의문이 든다. <컷>은 2시간 동안 오로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내뱉는다. 물론 죽은 형에 대한 미안함, 좋은 작품을 쓰지 못하는 슈지의 고뇌가 나오기는 한다. 그러나 그 여운을 느끼기도 전에 감독은 예술 영화에 대한 중요성을 더 강하게 내비친다. 일반 대중이 아닌 시네필을 위한 영화로 치우친 건 아쉬움을 남긴다.
2012년 2월 8일 수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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