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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오락성 6 작품성 7)
퍼펙트 센스 | 2011년 11월 22일 화요일 | 최승우 이메일

수잔(에바 그린)은 전 인류의 풀리지 않는 이상 현상을 연구하는 과학자다. 과거의 상처로 인해 사랑을 믿지 않는 그녀 앞에 재능 있고 매력적인 요리사 마이클(이완 맥그리거)이 나타난다. 사랑에 냉소적이던 둘은 어느새 뜨거운 사랑에 빠져들고, 이제껏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었던 행복을 만끽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전 세계 곳곳에서 인간의 감각이 하나씩 마비되는 원인불명의 현상이 나타나고,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감각이 상실될 때마다 사람들은 난폭해진다. 급기야 수잔과 마이클도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만다.

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흔한 경우지만, 재난영화에서 남녀의 로맨스는 빠지지 않는 요소다. 파국으로 치닫는 세상은 인간의 숨겨진 잔인성과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끄집어내는 경연장이 되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서로를 의지하는 게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감정적인 유대감과 결속력도 그만큼 강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재난영화에서 로맨스가 중추적인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대개는 주인공에게 행복을 안겨주거나, 혹은 비감을 증폭시키기 위한 인공적인 첨가물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퍼펙트 센스>는 일단 차별화된다. 이 영화는 디스토피아적 이미지가 가득한 재난영화이면서도 로맨스를 메인 테마로 삼고 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재난’만큼 로맨스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없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차례로 감각을 잃는다는 이야기는, 그 설정만으로도 웬만한 공포영화 이상으로 끔찍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잿빛 하늘과 오싹한 도시의 풍경이 내내 이어지는 탓에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매우 어둡다. 영화는 도대체 바이러스가 왜 발생됐는지, 그 해결과정이 어떠한지를 추적하는 것에 쓸데없이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다. 그 대신 감각을 잃어가는 사람들의 행동을 시각적으로 묘사하는데 집중한다. 청력을 잃은 상황에서는 모든 사운드를 없애고, 시력을 잃은 다음에는 화면을 아예 검게 덮어버린 후 내레이션으로 상황을 설명하는데, 이런 장치들은 관객들을 몰입시키는데 매우 효과적인 작용을 한다. 감각이 없어진 후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위화감과 충격을 관객들에게 인상 깊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별다른 조연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이완 맥그리거와 에바 그린이 영화를 거의 이끌어간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 두 배우의 탁월한 표정연기는 만점에 가깝다.

사실 인간에게 감각의 상실이란 최소한의 생존에 있어서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청각을 잃으면 시각이 극도로 발달하고, 시각을 잃으면 촉각이 활성화되는 예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얼핏 역설적으로 보이는 <퍼펙트 센스>라는 제목은 모든 감각을 잃고 나서야 진정한 감각에 눈을 뜰 수 있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리고 감독이 주장하는 모든 감각의 완성은 사랑이다. 그것은 남녀 간의 플라토닉 러브라고 할 수도 있고, 좀 더 넓게 보면 이해심과 배려 등 인간세상의 보편적인 미덕을 포괄하기도 하며, 마지막에는 마음으로 귀결된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감각을 잘라내 버려도 과연 마음이 유지될 수 있는가, 마음이란 어디에서 오는 것이며, 사랑이란 무엇인가. 이런 의문에 대해 <퍼펙트 센스>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답을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답은 좋게 말하면 순수하고, 나쁘게 말하면 지나치게 순진하고 비현실적인 믿음으로 보인다. 관객들이 이 의문에 각자 어떤 답을 내리느냐에 따라, 이 영화를 보고 난 후의 감상은 판이하게 달라질지도 모른다.

2011년 11월 22일 화요일 | 글_최승우 월간 PAPER 기자(무비스트)     




-어쨌든 슬프다. 애절하다. 분위기 있다. 진부한 클리셰 없는 사랑영화.
-이완 맥그리거의 매력은 지금 정점을 찍고 있구나. 에바 그린도 고혹적이고
-인간에 대해 냉소하는 자세를 견지하는 사람이라면 안 보는 게 좋다.
-아무리 그래도 사랑이 모든 걸 해결해줄 거라니, 너무 시대착오적이지 않나?
1 )
c0339
저도 오늘 메가박스 대구에서 보고 왔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가슴 깊숙히 새겨진 여운에 몸서리쳐지더라구요.. ㅎ 오락성 있는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분명 싫어하실 스타일의 영화이지만 전 그 여운이 너무 좋네요.. ^^   
2011-11-25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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