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영광을 차지한 영화는 <트리 오브 라이프>다. 이 영화를 연출한 감독은 다름 아닌 테렌스 맬릭. 40년 동안 단 4편의 장편 영화를 만든 그는 칸영화제에서 거장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2005년도에 발표한 <뉴 월드>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신작 <트리 오브 라이프>에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바로 ‘사랑’이다. 생명의 나무라는 뜻의 <트리 오브 라이프>는 시·공간을 초월한 생명의 인연과 사랑의 인연을 다룬다. 영화는 어른이 된 잭(숀 펜)이 동생이 죽었던 과거의 일을 회상하며 시작한다. 그 때 겪었던 아픔을 발화점으로, 잭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랐던 ‘생명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자신의 방식대로 자식들을 사랑했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을 이해한다.
감독은 오브라이언 가족의 삶과 우주의 탄생과 소멸을 보여주며, 생명의 역사를 되짚는다. 특히 약 15분간 펼쳐지는 우주의 탄생과 소멸의 역사 영상은 행성이 만들어지고, 그곳에서 생명이 태어나며, 시간이 지나고 죽음을 달리하는 과정을 다룬다. 거시적으로 살펴본 생명의 역사는 오브라이언 가족의 연대기와 대칭을 이루면서 영화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또한 영화를 이끌어가는 잭의 역사를 읽어나가는데 유용한 지표로도 활용된다.
영화는 대사보다는 영상으로 주제 의식을 전달한다. 파편화된 이야기의 구성으로 인해 다소 이해하기 버거운 영화의 특성상 영상은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유일한 매개체다. 로우앵글로 하늘을 비추는 카메라 워킹은 자연스럽게 인생의 고통을 곱씹고 신에게 물음을 던지는 인물들을 극대화시킨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영상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로 양극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브래드 피트와 제시카 차스테인은 대사보다 절제된 표정 연기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면서 영상 언어로 구축된 영화의 느낌을 잘 살린다.
<트리 오브 라이프>는 과거를 회고 하면서 고난과 역경에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바로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현대 사회는 그 사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한다. 130분짜리 테렌스 맬릭 표 대 서사시를 보는 동안 이 주제의식을 찾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강렬한 이미지의 나열과 각각의 의미가 담긴 영상을 조합해내야 하는 어려움은 영화와 거리감을 두게 만든다. 하지만 옹고집 노장 감독이 세상을 살면서 겪은 철학을 눈으로 만끽 할 수 있는 건 분명 좋은 기회다. 쓴 약이 몸에 좋은 법이다.
2011년 10월 26일 수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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