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유족들로부터 받은 미공개 자료들과 유투브와 방송국 등에 남아 있는 세나의 경기 장면, F1 위원회로부터 제공받은 방대한 기록들을 105분이라는 시간 안에 압축했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서킷위의 교수로 불린)알랭 프로스트와 세나의 치열한 라이벌 경쟁이다. F1 역사상 최고의 경쟁자로 꼽히는 세나와 알랭 프로스트의 이야기는 영화를 보다 드라마틱하게 한다. 프로스트를 악인처럼 묘사한 것이 그의 팬들에겐 마뜩지 않겠지만, 이것이 영화를 더 흥미롭게 하는 게, 사실이다. 세나의 인간미를 더 돋보이게 하는 것을 물론이고 말이다.
<세나>는 스포츠가 국민 정서에 미치는 영향도 극명하게 보여준다. 2002 월드컵을 통해 스포츠가 국민들을 얼마나 끈끈하게 결집시키는가를 경험한 우리에게 세나를 향한 브라질 국민들의 사랑은 상당히 낯익다. 특히, 브라질 국민들에게 세나의 존재란, 한국 국민들에게 김연아가 갖는 의미와 흡사하다. 김연아가 볼모지에 가까운 우리나라 피겨스케이트에 붐을 일으켰듯, 세나 역시 브라질의 F1 역사를 열었다. 특히, 세나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당시 브라질은 빈곤과 정치적 혼란에 놓여 있었다. 그들에게 세나의 존재는 단순한 유명 국가대표가 아니라, 자신들의 삶에 희망을 주는 영웅이었던 셈이다. 세나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온 브라질 국민들의 모습이 슬픈 여운을 남긴다.
영화에서 아쉬운 점이라면, 거친 화면이다. 옛날 자료화면을 그대로 사용했기에 화질이 고르지 못하다. 한글 자막의 위치도 비효율적이다. 등장 인물 이름과, 대회 장소를 알리는 글자, 내레이션 자막 등이 질서 없이 흩어져 있어 이 중 하나씩은 놓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영화가 끝날 때쯤엔 그러한 불편함은 잊게 된다. 세나의 레이싱에 깊게 빠져들게 분명하니 말이다. <러브 액츄얼리> <브리짓 존스의 일기> <노팅 힐>의 워킹 타이틀이 내 놓은 첫 번째 다큐멘터리. 2011년 선댄스 영화제 관객들이 선택한 최고의 다큐멘터리 화제작이다.
2011년 10월 21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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