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이나, 유산을 매개로 한 영화들은 많다. 조건부 상속을 계기로 누군가는 사랑을 이루고(<찬란한 유산>), 누군가는 거짓 통일을 꾸미며 웃음을 만들어낸다.(<간 큰 가족>). <파퍼씨네 펭귄들>의 시작도 아버지가 남긴 유산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이건 좀 생뚱맞다. 펭귄, 펭귄이라니. 게다가, 유산 수신인인 이혼남 Mr 파퍼(짐 케리)가 사는 곳은 뉴욕 맨하튼이다. 결국 파퍼에게 이건 안 받느니만 못한 유산, 되시겠다. 하지만 기회란 늘 예기치 않은 곳에서 오는 법이다. 내겐 너무 귀찮은 펭귄들이, 아들과 딸에겐 사랑스럽고 신기한 생명체일 줄이야. 이혼 후 가족과 외떨어져 ‘기러기 아빠’ 삶을 살고 있던 파퍼는, 아이들의 환심을 사고자 ‘펭귄(들의) 아빠’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파퍼씨네 펭귄들>은 부부작가 리처드 앳워터와 플로렌스 앳워터가 쓴 ‘파퍼씨와 12마리 펭귄들’(1938)을 원작으로 한다.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다는 이 소설은 70년이 넘는 세월동안 많은 이들에게 읽혔다. 그러니까, 어른이 된 관객은 물론 그들의 아이들에게도 익숙한 이야기인 셈인데, 그러한 속성에 맞게 영화의 타킷은 명확히 가족을 향한다. 때문에 영화엔 '이기적이었던 남자가 뒤늦게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식의 교훈적 메시지가 남발된다. 하지만 지루하진 않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짐 캐리가 있으니까. 짐 캐리가 뿜어내는 유쾌한 에너지가, 진부함을 걸러내는 필터로 작용한다.
영화는,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에 맞춰 국내 개봉한다. 가족 관객을 노린 의도된 마케팅 전략임은, 추호도 의심할 필요 없다. 하지만, 그 전략에 속아주는 척, 선택해도 크게 밑질 건 없다. 온 가족들이 함께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2011년 9월 6일 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