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령>은 원혼을 주제로 한다. 영화는 한 여인의 욕심 탓에 발목이 잘린 채 죽임을 당하고 물 찬 독에 가둬져 억울하게 죽은 아이의 넋에서 출발한다. 이에 대한 암시는 계속해서 발목을 긁는 빈의 이상행동이라든지, 낯선 아이가 등장하는 서니와 유린의 악몽 혹은 환영 등을 통해 영화 중간 중간 나타난다. 이야기 흐름만 놓고 보면 충분히 무시무시한 재미를 자아낼 법 한데, 영화는 힘없는 이야기 얼개와 어디서 본 듯한 장면들을 늘어놓아 몰입을 방해한다.
무당과 굿이라는 민속신앙과 한(恨) 등을 소재로 한국 정서에 맞는 참신한 공포물을 시도하려 한 흔적이 보이는 <기생령>은, 그러나 기존 것들에 대한 학습이 좀 과했던 것 같다. 억울하게 죽은 넋이라는 소재에서부터 타이트하게 혹은 극단적으로 높거나 낮게 잡은 카메라 구도, 서늘한 눈빛의 여성(또는 아이) 등 긴장감을 자아내는 장면들은 그간 수많은 공포영화에서 등장해 공식화된 공포 유발 장치다. 소재에서 잔혹함을 드러내는 <기생령>은 그것을 오싹한 공포로 매끄럽게 연결시키지 못한 채, 중간 중간 기존 호러물의 하이라이트 씬을 떠올리게 만들어 아쉬움을 남긴다.
2011년 8월 2일 화요일 | 글_유다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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