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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은 권력보다 강하다 (오락성 7 작품성 6)
모비딕 | 2011년 6월 9일 목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때는 1994년, 서울 근교에 위치한 발암교가 폭발한다. 검찰은 북한의 소행이라고 단정 짓지만, 사회부 기자 이방우(황정민)는 홀로 사건을 추적한다. 그러던 어느날 고향 후배 윤혁(진구)이 오랜만에 그를 찾아오고, 발암교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사건이 조작됐다는 걸 알아챈 이방우는 동료기자 손진기(김상호), 성효관(김민희)과 함께 특별취재팀을 구성한다. 하지만 사건의 배후세력들이 나타나 그들의 목숨을 위협한다. 시간이 갈수록 진실은 묘연해지고, 사건의 배후세력은 또 다른 범죄를 실행에 옮긴다.

‘위키리크스’가 가져온 후폭풍은 거셌다. 위키리크스로 인해 정부나 기업의 숨겨진 진실이 폭로되면서 많은 사람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음모론을 소재로 한 <모비딕>도 위키리크스처럼 숨겨진 진실 찾기에 주력한다. 이를 반영하듯 감독은 1990년 정부가 민간인을 사찰해 온 것을 밝힌 ‘윤석양 이병 양심선언’을 모티브로 음모론의 포문을 연다. 여기에 중대한 정치적 사안인 ‘북핵 위협’을 첨가시켜 현실성을 부각시킨다.

음모론을 장르 영화의 느낌으로 풀어헤치는 감독의 솜씨는 나쁘지 않다. 기자들이 펜을 무기로 거대 권력과 싸운다는 설정, 갖가지 사건들의 짜임새 있는 구성 등은 흥미를 유발한다. 특히 어려운 퍼즐을 맞추듯 실마리를 풀어가는 열혈기자들의 모습이 긴장감 있게 그려진다. 펜과 수첩, 호출기 등 1990년대 기자들이 가지고 다녔던 소품들 또한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다음 단락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한국현대사의 얼룩진 과거와 스릴러 장르의 접합, 그 안에서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창출한 감독의 연출력은 분명 영화의 장점이다. 하지만 영화는 숨겨왔던 진실을 공개하는 순간 허탈감을 전한다. 사건을 조종한 배후세력은 자세한 설명 없이 ‘정부 위의 정부’라고만 설명된다. 기자들이 목숨을 내걸고 찾아낸 진실 또한 배후세력에 치명타를 가하지 못한다. ‘정의는 살아있다’ 정도는 아니더라도 통쾌한 진실 찾기를 갈망했던 관객들에게는 심심한 마무리다. 또한 후반부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지는 이방우는 다소 영웅적으로 묘사되어 현실감이 떨어진다.

2011년 6월 9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발로 뛰는 취재를 온 몸으로 보여준 기자들의 고군분투.
-권력보다 펜의 위력이 강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하네.
-장르 영화를 다룰 줄 아는 신인 감독의 등장. 웰컴!
-진실이 밝혀졌는데, 왜 이렇게 허망하지.
-불분명한 배후세력의 등장, 얘들은 뭐하는 집단이야.
-기자는 기자일 뿐, 영웅은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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